겨울 같은 발걸음이 멈출 때
나는 동시에 숨을 멈췄는지도 모르겠다.
소매가 긴 팔의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시려서
그걸 들킬까 봐
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시린 마음으로
소풍 같은 계절에 남아
이 세상을 뻣뻣한 두 발로 겨우 지탱하고 있을 때,
당신의 따뜻함은 꼭 흰 눈 같아서
금세 녹아버리는 탓에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나보다.
어떤 날은 불청객과도 같아서
예고 없이 찾아와 문을 두들겨놓고는
휑하고 사라져버리고,
그렇게 저 멀리 치워놨던 감정들을
마음은 전부 기록되는 게 아니라서
내가 어떤 마음을 받고 있었는지,
또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는지
너무나도 모르고 있을 때
모든 게 깡그리 무너져 버렸다.
하필이면 그 마음의 기록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해서였을까.
내가 나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였을까.
어떤 이유조차 물어보지 못한 채
도망쳐왔던 마음의 값을 이렇게 지불하는 걸까.
서툰 내 방식이
사진 속 어설픈 나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보인다.
어설프고 서툰,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나는
불 꺼놓은 방안에 고립된 채로
불청객 대신
정중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먼지가 잔뜩 쌓인
과거에 시간이 멈춰있는 달력을 보며
따뜻함을 찾고 있는 내가,
언젠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올겨울은
그렇게 따뜻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