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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일기글입니다.
 텐트를 판다는 것.  
조회: 265 , 2023-10-04 13:57
텐트를 팔았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면텐트였다.
중고 어플에 텐트를 올려 놓자,
일주일이 지나서 누군가가 텐트를 사겠다고 연락을 해 왔다.
그 후에, 나는 까닭없이 전전긍긍하였다.

이유는 이랬다.
첫째, 내 텐트가 볼품이 없어서 그 사람이 사지 않을까 봐.
둘째, 첫째 이유로 불발되면 다시 3층을 오르내리며, 30킬로그램이 넘는
텐트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친구에게 만나면 지레 먼저 텐트 가격을 깎아 줄까, 
혹은 텐트가 맘에 안 들어 떠나려고 하면, 얼마까지 깎아 줄까.
이런 생각들로 내내 전전긍긍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왜 자기 텐트에 그렇게 자신이 없어. 왜 먼저 깎아줄 생각부터 하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멍했다.
항상 나는, 내가 가진 것에 자신이 없었다. 항상 볼품없다고 생각하고,
남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것이 내 외모든, 능력이든.
그러자, 새로운 마음이 깃들었다.

'그래, 내가 제시한 가격에 텐트를 사겠다고 연락이 온 사람이 있고,
또 나는 누구보다 텐트를 아끼고 깨끗하게 써 왔잖아.
상품성이 충분하니까 사겠다고 한 거고, 나는 거짓없이 텐트를 팔면 돼.
안 살 것을 먼저 걱정하기보다,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맞춰가면 되니,
그것 때문에 미리 고민하지 말자.'

그러자 불안이 사라졌다.

구매자를 만나고 텐트를 내놓는 순간, 구매자는 환하게 웃으며 텐트를 들쳐 보았다.
심지어, 새 것의 냄새가 난다며, 오래 보지도 않고 텐트를 사갔다.
흥정에 대한 마음도, 불평도 없었다.

나는 그새 깨달았다.
내가 너무나 내가 가진 것을 볼품 없다 여기며, 내 자신을 한없이 깎아 내리고 있었구나.
가격을 흥정하듯 먼저 깎아 줄 생각만 하고,
내 장점을 보이는 것에 부끄러워했구나.

그날 판 것은 텐트였지만,
내가 얻는 것은 내가 내 자신을 들여다 보는 마음이었고 방식이었다.
내가 가진 것이 내가 노력한 결과라면, 나는 그것에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또,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귀한 날이었다.
귀한 말을 해 줄 친구가 옆에 있어서,
또 내가 나를 투명하게 들여보다는 새로운 방식이 생겨서.

모두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

프러시안블루   23.10.04

좋은 일기네요.

carol   23.10.31

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에요:) 저도 일어나지 않은 일로 전전긍긍하던 때가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