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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silen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곳을 들어가기 위하여.   일상
조회: 67 , 2024-11-18 09:30
그러니까. 10월 14일 목요일부터 시작된. 최근.


수술 후 첫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쓰지 않을까 싶은데.





일상을 온전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되찾은 느낌이였다.


1년에 한번씩, 8년간 다녀오던 부산 여행을. 큰 탈 없이 다녀왔거든.





여행을 다녀옴에 오는 허탈감이야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마는.


오히려 이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라는 감정에, 시간에, 생각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 차이가 아닐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차이점은 거기서 오는 것 같았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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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다시 도듬어, 그 날. 24년 03월 27일.








사실. 그 소식을 듣고나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사실, 가족이 아니였다.


천생이 이과생이고, 개발자다보니. 솔직히.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엔.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에 더욱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흔들리는 이성, 그리고 더듬는 말과 목소리. 지금 들어보는-


옛 통화 기록에서도 느껴져오는 감정들이. 내가 온전치 못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마는. 그럼에도.





근무시간이였다. 허나 흔쾌히 이야기를 수락해주신 선배님께 감사를.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조금더 조심스레 접근하였어야했는데.


암 생존자, 환우들에게 떠오르게 하기 싫은 것 중 하나가. 이런 것이라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안에, 혹은 과거 내 안에 무언가가 자랐다. 라는 그 생각 말이다.








''''''


'진지하게 상담 드리고픈 것이 있는데, 혹 시간이 가능하실까요?'





내 주위에서 내가 아는 유일한, 암을 겪은 선배였다. 전, 전 직장의 선임 이시기도 하였고,


1년에 한두번은 만나 뵈며- 인사하고 캠핑을 조금 즐겼던. 선배님께 가장 먼저.





정보를 얻기 위함이였다. 그리고 내 불안감을 가라앉힐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회의 중이신 선배님은, 회의를 마치고 난 후에. 약 16분 간의 내 질문을 조심스레 받아주셨다.





추측 레벨이라면 암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다, 조직검사에서 나온 결과기 때문에 거의 확실시 되는 듯 하다.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은, 병원 찾기 이다. 생각해둔 병원이 있느냐. 나는 아주대에서 수술을 진행 했었고...





오가는 문장이 평소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저, 안부 한번- 흘러가는 회사 이야기 한번- 다음에 또 만나요. 한 번과 같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진중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한 번 더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하였다. 정말 뜬금 없이 들려오는 소식에도 이리 이야기 해주셔서.





아무 것도 모르는 망망대해 위에 떨어진 기분에서 조금이나마, 길을 찾도록 도와주셨다. 그 덕분에. 지금에 와선, 수술도 잘 받을 수 있었겠지.


''''''





어머니의 생일 상. 저녁 식사에서,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비집고 나왔던 것은.


그 날 홀로 어둑한 방에 누워 지냈던, 시간이였다.





왜 나일까? 그렇게나 내가 그리도 잘못된 삶을 살아온 것일까?





허공에 맴도는, 의미도 없고, 그저 자기 파괴로서만 돌아오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가득 감돌았다.


서른도 넘게 먹은 사내가 질질 남들 몰래 짜고 있었던 그 날의 밤-


내 모습은 그리, 보기 좋지 못했다.





사람은. 그렇게 자신의 추함을 보고 느끼며 성장하는 것이라. 지금에 와서 생각한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그 날의 나도 그러하였고. 지금의 나도 그러할테니.


向月   11.22

잘 먹고. 잘 자고. 그럼 한걸음 한걸음- 느리더라도 걸어갈 수 있어요. 나아갈 수 있어요. :)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