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필명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튼 얼마동안 일기를 쓰지 않은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내 남자친구가 내 일기를 모조리 읽어 모든 상황을 알아버린 일.
그 사람과 내가 정식으로 사귀기로 한일.
오늘 내 남자친구의 군입대..
맘 고쳐먹고 걔 기다려보기로 결정한 일까지...
결국 가버렸다.
1년 6개월동안 참 많이 힘들게 했는데 잘해주지도 못하고 제대루 한번 챙겨주지도 못하고..
맘만 아푸게 하고 속상하게만 하고..
나에게 이렇게 후회와 슬픔만 이빠이 남기고 오늘 가버렸다.
남자라면 다 가는거야 ...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여가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을 내 가슴속에 들어오도록 허락해 놓았는데 오히려 홀가분해야 되는데 좋아한다고 생각 안했는데 이렇게 가슴이 아픈 이유가 뭘까??
가슴속에 뭔가 무거운 돌덩어리를 얹은 느낌이다.
너무 잘해서 귀찮다고까지 느꼈었는데 헤어지고 싶어 다른 사람 애써 찾았던 적도 많았는데....
툭하면 삐지고 화내고 길거리에서 2~3시간 전화한통 없이 날 기다리게 한적도 많았는데.
한번도 불평불만 없이 웃어주었따.
5분이상 기다리게 하믄 화 내고 짜증내고 급기야는 집으로 가버리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그렇게 비는 그애를 뒤로하고 나혼자 훌쩍 집에 가버렸었는데..
다른 남자 생겼다고 이제 그만 만나자고 그랬었는데.
못할짓 정말 많이 했었다.
그애가 아니였다면 다른 여느 남자였다면 나 같은 애 질려서 수십번 수백번 도망갔으리라.
하지만 바보같은 그애.
나밖에 모르는 그애.
끝까지 나만 걱정했다.
그런 사랑 받을 사람이 못되는데 그런 자격이 난 안되는데.
그애의 사랑은 너무 과분한데..
이 추운 겨울날 빡빡 깍은 걔의 머리를 보는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실감이 안나서인지 아님 내가 맘 아퍼할것 같아서인지 슬퍼하는 모습 조금도 안보이고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는데..
내 눈엔 그게 보였다.
틀림없는 오버로......
애처로워보인다.
차라리 울면서 기다려달라고 누나 없이 안되겠다고 안기다려주고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탈영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소리치며 내게 매달리는게 내 맘이 덜 아팠을텐데..
그 바보.
웃는다.
생각 같아선 2년 2개월 까짓껏 기다려줄께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애한테 헛된 기대를 품게했다가 더 큰 실망감만 안겨줄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몸건강이 잘 다녀오란 말 밖에는..
이놈의 회사가 뭔지 들어가는 그 순간도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내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질 뿐이다.
생각보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아푸다..
걔없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나에서 부터 열까지 모조리 다 챙겨주던 걔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