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들어와 첫 엠티를 갔다. 우리 학교... 그중 우리학부는 여자가 거의 없다... 비율 3%가 채 못되는 인원이 여자... 더 한것은 그 얼마 안돼는 여자 마저 학부의 분반중 같은 반이 아니라는것... 뭐 어찌됐건 이런 환경 덕에 여대와 조인트 엠티를 갔다.
1박2일 일정으로 토요일 12시 출발했다. 처음에는 첫 엠티이면서 조인트로 간다는 사실에 약간은... 아니 많이 설레였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기차를 탔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앉아서 가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섞어 앉자는 말에 자리를 바꿔 섞어 앉았다. 내 앞에는 귀여운 여자가 앉았었고, 옆에는 얼굴은 자세히 볼수 없었지만 첫인상이 굉장히 호감이가는 여자가 앉아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로 어색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다가 목적지에 이르기 10분 전부터 난 내 옆에 있는 그녀와... 둘이서 얘기를 했다.
후~ 여자와 그렇게 말을 많이 해본적이 없었는데... 어쨋거나 그녀는 나와 학번은 같고 나보다 두살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처음엔 이름 부르기가 어색했지만, 말 놓으라는 그녀의 권유(?)로 말을 트고 지내게 됐다.
목적지 도착 후 방을 찾아가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놀이기구를 타러갔다. 놀이기구에서 난 자연 스럽게... 첫인상이 좋았던 그녀 옆으로 가서 앉았다. 흔들흔들하는 디스코를 타고 나서 자전거를 탔는데, 그때도... 자연 스럽게 그녀를 따라갔다. 2인 자전거를 타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할 용기가 안나서 따로따로 탔다. 일행모두 출발하면서 난 그녀 옆에서 조용히 따라갔다. 그렇게 가다보니 너무 티내는것 같기도 하고... 해서 먼저 앞서갔더니 "같이 가자"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렀다. 그말에... 기분이 좋았다. 큰의미가 담긴 말은 아닌것 같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자전거를 탔던 1시간 내내 같이 다니면서 자건거 타는것도 가르쳐 주고 차들오면 피하라고 말도해주고...^^ 즐겁게 타고 방으로 갔다. 저녁 식사 후 나름대로 준비해온 게임을 했는데 친구들이 대강 눈치를 챘는지 나와 그녀를 같은 조로 넣어 줬다. 나는 그녀를 조장으로 세워놓고 그 뒤에서 앉아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게임을 하는지 난 그냥 같이 앉아있고만 싶었는데, 우리조 게임이라면 일어서서 응원하고, 애들뽑아 보내고... 결국 같이 있었던 시간은 적었다. 게임이 끝나고 술자리가 시작됐는데... 자리가 멀리 떨어지게 됐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내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 있어서 계속 술을 마시며 쳐다보기만 했다. 난 맥주만 쉴새없이 마셨고 그녀와 주변사람들은 소주를 취하도록 마셨다. 술이 계속 들어가다보니 주정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그녀도... 시끄럽게 왔다갔다 하더니 넘어지고... 또 일어나서 뛰고... 그래도 보기좋았다. 그렇게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때 몇몇이 바깥에 바람쐐러 간다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도 나가려고 하길래 나도 따라서 나갔다. 내가 부축해서 산책을 했는데, 거기서 참 실망스런일이....그녀는 강변으로 가더니
"XXX나쁜놈, 내가 널 좋아한거 알면서도..."
를 반복했다... 그게 누군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재수학원에서 같은 반이었다는 친구다.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데..."
하며 울려는 그녀에게 난
"어떻게 됐는데?"
"몰라~"
"나... 너 좋아..."
"나 좋아하지마... 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할거같아... 넌... 그냥 동생으로만 보여..."
"그래..."
후훗...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다...술취한 사람에게 저게 뭔짓인지...
그래도 맘속 한구석이 아련히 저려오는게 너무 슬펐다... 중,고등학교를 남자학교만 나와서 그런 고백을 할 기회가 없었었다. 대학와서... 첫엠티때 첫고백이었다. 뭐 가볍게 채이긴 했지만.
그렇게 그녀를 부축해서 다시 숙소에 대려와 눕히고 취하지 않은 친구들과 얘기를 했다. 밤새 얘기하고 술도 마시면서... 다른 친구들과 친해졌다...찝찝한 기분은 그대로인채로...
밤을 새면서 친구들과 얘기하는데, 친구 두명과 함께 있을때였다.
"내일 그 여자애 깨면 전화번호라도 받아놔"
"후... 모르겠다."
"왜?"
"비밀이다 짜샤"
친구들에게 다 얘기하고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었지만 그냥 잊는게 낫지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었다...다음날 아침 쓰러진 친구들 사이에서 새우잠을 자고 나와서 같이 아침밥을 먹고 그녀와 얘기를 하는데 어제 일은 하나도 기억을 못하는것 같았다. 술을 조금 먹고 나서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전화번호를 써달라 했던 일과(난 번호를 줬지만 받지는 않았었다) 같이 산책나갔던 일을...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피곤해서 그런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앉았다. 서로 많이 친해졌지만 대놓고 옆에앉기는 어색했는지로 모른다. 가는 도중 친구 한놈의 제안으로 다시 섞어앉았지만... 뒤에 넷 중에 그녀가 있었는데, 그녀가 오면서 어떻게 하다보니 내가 그녀와 자리를 바꾸게돼었다... 결국 같이 못앉았다. 씁쓸하게 다른 애들과 얘기하며 다른애들과 번호교환하고... 또 만나자고 그러고... 씁쓸하다...
내리고 나서 앞서서 걸어가는 그녀옆으로 뛰어가서 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순순히 알려줬지만... 내가 번호를 받으면서도 이런생각이 들었다... 다시 연락할 수 있을까... 연락할 용기가 생길까...
지금은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순간인것 같다... 이틀 같이 있었는데 그렇게 좋아지다니... 지금도 머릿속에 아른아른...거린다. 일단 잠을 자면서 좀더 생각해야겠다...
들어오는길에 방문 윗쪽을 보여 문뜩 키가 조금더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