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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27 , 2007-11-17 22:08 |
H양과의 문자사건이 생기고 나서 생각난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K군이었다. 그 사람은 얼굴은
모르고, 문자로만 연락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내가 워낙 의심이 많았기에 잘 알지도 못하는 K군
과 계속 문자를 주고 받을 수가 없어서 내가 먼저 연락을 피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쁜 사
람도 아니었는데 이런 내 행동에 K군이 많이 당황스러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당
해보니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이었을까.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안
부를 묻는 그림문자를 보냈다. 사실, 답장을 바라고 보낸 것은 아니었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답장
이 오자 어쩐지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역시 주는 대로 받는거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오늘은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월요일에 보는 중요한 전공과목 시험준비를 해야하는데, 오전 열 두시 반부터 내일 교회 행사
준비 때문에 워십 연습을 하고, 5시까지 예배를 드렸다. 오늘은 이상하게 예배에도 집중이 잘
안 되고, 피곤했다. 오랜만에 군대에서 휴가나온 오빠를 보고 반갑긴 했지만 딱히 할 말도 없고,
피곤해서 제대로 된 대화도 할 수 없었다. 군대 가기 전에도 잘 대해주지 못해서 찜찜한 마음이
들었던 오빠였는데, 또 미안한 짓을 해버린 것 같았다.
어쨌든, 집에 가는 길에 휴대폰 장식고리 하나를 사고 싶었는데, 마침 1000원이라는 가격에
핸드폰줄을 판다는 종이가 붙어있길래 무작정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그리고 점원에
게 가격을 물어봤더니
"3000원이에요."
라고 무심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저기 써있는 1000원은 뭐냐고 물어봤더니 웅얼웅얼 무
슨 말을 하긴 했는데,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어쨌든 그래도 10분동안 고르고 고른건데 1분도
안되서 그것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했다.
지하철 안에서는, 너무 피곤해서 고개를 숙인채 계속 잤기 때문에 깨어났을 때는 목에 뻐근한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날씨는 춥고, 집에 가면 전공과목이랑 씨름해야되고...
근데, 집에 도착하자 H양으로부터 답장이왔다. 문자를 이제 봤다고 했는데 그다지 신뢰는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난 이미 약속을 잡아놨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사실 중요한 약속도 아니고,
그냥 심술이 났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친구가 잠깐 만나서 선물을 주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었다. 내가 약속이 있다고 하니까 약속 시간 전에 일찍 아니면 내 수업시간이 모두 끝난 뒤에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말을 전해왔다. 웬지 엎드려 절받는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H양이 적어도 내가 생각했던 만큼 나쁜 친구는 아니었다. 근데, 이젠 내가 삐뚤어 진걸까. 그
친구와의 만남이 어쩐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만나고 싶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삐뚤어진
내 마음을 다시 잘 정돈해야 될 것 같다. 이거 나만 또 바보가 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