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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90 , 2009-09-27 22:46 |
우울해하는 여자친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애쓰며 이틀을 보냈다. 사실 나도 바쁘고 해야 되는 일이 많았지만 내 기분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그래서 충분히 그녀 옆에서 그녀의 기분을 북돋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다행히고 저녁 때쯤 로티보이에서 커피와 번을 먹으며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했고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가도 그 뒤부터 내가 슬슬 힘이 빠지더니 8시쯤 되니까 기운이 쭉빠져버렸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이제 여자친구의 기분도 괜찮아졌던터라 집에 가야겠다며 일어섰다. 여자친구는 아쉬워했지만 더 있었다간 나의 힘듬이 짜증으로 발전해서 그녀에게까지 손을 뻗을 것 같아 일찌감치 일어섰다.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내가 가진 에너지의 크기가 어느정도일까 생각해봤다. 고작 이틀인데 그것으로 내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버렸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기운이 빠졌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더 이상 이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기가 싫어졌다. 그냥...더 무기력해질 것만 같다.
드디어 내가 보고 싶었던 부분을 찾아서 읽었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24편까지는 내가 읽고 싶었던 부분이 없어서 여자친구네 집에 있는 책으로 봤다. 역시 25권에 내가 원하는 내용이 있었다. 유교수의 어린 시절 얘긴데, 같은 반 애 중에서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오히려 나약한 것 같은 애가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유교수에게 "넌 그렇게 머리가 좋은 것 같지 않는데?" 라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하지만 다른 모든 아이들이 헛소리라고 무시한다. 유교수 역시 속으로는 부글부글 했지만 겉으로는 "사물을 보는 관점은 모두 다르니 신경쓰지 않는다." 라고 말하며 애써 괜찮은 척한다. 하지만 늘 그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직접 이유를 물어본다. "넌 애매한 것은 이해하지 못해. 어중간한 것 말이야. 사물의 뒷편을 보지 못해.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지 못하는 거야.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나 역시 유교수처럼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넌 눈 앞에 있는 문제를 똑바로 쳐다볼 줄 알고 끝까지 눈을 돌리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역시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난 머리가 나쁘다. 어중간한 것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교과서의 내용은 논리적이고 정확하다. 그래서 그것들을 이해하는 것은 쉬웠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타인의 생각이나 기분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나 어려웠다.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현재의 여자친구를 만나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뭐...결론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고맙다. 감사한다.
그녀를 알게 되서 만나게 되서 무척이나 감사한다.
happysun
09.09.28
- 그녀를 알게 되서 만나게 되서 무척이나 감사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