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239 , 2009-12-08 17:27 |
혼자서 타향살이를 한지도 벌써 7년
너무나도 반가운 어머니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2년 만에 상봉한 우리 모녀
혼자 생활에 너무 익숙한 터라
내 침대에 다른 누군가가 누워있다는 것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너무 낯설어 잠들지 못한 첫날밤이다
20년을 넘게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 가족들인데
몇 년의 공백기로 인해
어머니에게 어색함을 느끼는 내 자신 또한
한없이 어색하고 낯설다
나의 어머니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풍기시는 분이다
도인이나 종교인들, 심지어 일반인들도 우리 어머니의 강한 포스는 한 눈에 알아본다
우리 모녀의 닮은 점이 있다면 누군가가 내 인생, 내 페이스에 방해가 되는 것을
심하게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본인 뜻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어머니와
누가 컨트롤 하려들면 미친 듯이 발광을 하는 나의 관계는 그야말로 앙숙이다
하지만 오랫만에 만난 딸과 충돌하지 않으려고 다짐을 하고 오셨는지
화를 누르고 꾸욱 참으시는게 눈에 다 보인다
4주를 지내는 동안 하루하루 위기를 그리고 고비를 넘겼다
어머니가 떠나시기 전날 밤
우리 모녀는 나란히 누워서 쉽게 잠들지 못한다
어머니가 한국을 떠나 날 찾아온 이유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하루도 편하게 쉬지 못하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가 불편하기도 하고 안타까웠다
사실 어머니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오셨고
지금도 견뎌내고 계신다
그런 어머니를 한국으로 다시 떠나 보내려니 여간 쉽지가 않다
"엄마, 지금 여러가지 닥힌 상황 중에서 가장 큰 고민이 뭐야?"
그래도 정신치료를 공부한 딸년이 조금이나 도움을 드리고 싶어 던진 질문에
어머니는 어렸을 때 많이 아파서 또래들에 비해 기능이 떨어지는 동생 이름을 힘겹게 내뱉는다
얼마전 동생이 살아갈 길을 마련하고자 어머니는 음식점을 오픈하셨다
차근차근 잘 해나가고 있는데 정신병자 외삼촌이 어느날 불쑥 찾아온다
예전에 돈을 훔쳐서 도망가더니 그 돈을 모두 탕진하고 또 돈이 필요한 모양이다
성격이 불 같으신 어머니는 그 꼴을 곱게 보지 못하고 싫은 소리를 하신다
험한 말이 오가는 가운데 외삼촌이 물건을 내 던지다가 결국 칼을 들고 만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짧게 전해 주시며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내가 충분히 삼촌을 피해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확보가 되어 있었거든? 근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 차라리 저 칼에 찔려야겠다. 차라리 내가 죽어야겠다. 그러면 그 녀석이 조금이나마 죄책감이 들어서 우리 아들만은 괴롭히지 않지 않을까..."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경직된다
도대체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목구멍에 열이 차서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울음을 겨우겨우 삼키며 잠을 청했다
LA 공항에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식이 뭐라고..
목숨까지 버리려고 해.
자식이 뭐라고..
먼 미국땅까지 와서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퉁퉁 부은 다리 이끌고 하루종일 주방에서 막노동을 해.
어머니와 함꼐 했던 4주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1분 1초도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지 않으신 어머니 모습이 보인다
우리 엄마
자기애가 누구보다 강한 우리 엄마이기에 더 가슴이 시리다
클로저
09.12.09
그래도 외계인님이 외국에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생각하시면 힘이 나실거에요. |
티아레
09.12.09
스킨의 그림이 나라 요시모토네요. |
외계인아저씨
09.12.09
아이디가 비슷하시네요 -ㅅ- 잘 읽고 가요 |
야간비행UFO
09.12.14
쪽지 확인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