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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블루_Opened
 다큐 프라임-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조회: 8165 , 2011-01-23 00:10
이상했다.
몇주전, 부서를 옮기며 외근업무가 내근으로 바뀌면서 스트레스가 따라올줄 알았는데  그 반대다.
안정되고 편하다. 
17년째 입고 있는 롱코트 처럼....


"나이가 들면서 노련해졌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IP-TV로 EBS 다큐프라임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를 보니 진짜 이유를 알겠더라.

그간  사람 만나는데서 마음 깊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것,
내근으로 바뀌며 비로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을...

난 고객 만나는 걸 즐긴다고 생각해왔는데,
배움의 열망때문에 자극을 바랬던거지 사람 만나는게 진심으로 즐거운건 아니었나 보다.

다큐를 보며
"절대 부끄럽지 않아요. 오히려 더 보여주고 싶어요."
"두번만 만나면 친구가 되요"" 라고 말하는 출연자들이 신기했고,
"낯선 만남이 불편해요"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내향적 출연자들에게 공감이 갔다.
결국  난  어릴때 이후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내성적이고 수줍은 내 성격의 근원이 궁금해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찾아 헤메곤 했다.
그런데, 다큐에 따르면 천성이고,  유전이며,  생물학적 차이란다.
뇌의 '안와전두피질'이란 곳의 피질 농도가 높을수록 외향적 수치가 높게 나온다고 한다.

다행인 것이  <내향적 리더>의 저자인 제니퍼 콘와일러에 따르면,
조직의 지도자나 임원들 (예컨데 빌게이츠, 워렌버핏)들은 오히려 내향적인 사람이 훨씬 많단다.

(실제 그런 것 같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의 저자 짐 콜린스도 
자신이 만나본 위대한 기업의 CEO는 대부분 말이 없고, 나서길 싫어하며,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증언한 것을 기억한다.)

내향성 소유자인 광고대행사 대표 여준형씨는 이렇게 말한다.
"노력, 생각, 고민 전부 <혼자>라는 단어와 어울리잖아요.
생각하는 힘, 고민하는 힘, 노력하는 힘..........."


하여 이렇게 생각해본다.

외향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내향적으로 살아가는게 때론 힘들지만,
타고난 수줍음을 극복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장점으로 승화시켰을땐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그리고, 내성적이면 또 어떠냐고?

mins   11.01.23

저도 그 다큐 봤는데,
알고보니 여준영 대표님은 PT의 대가시더군요.
성격과 능력에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걸 알았답니다.

프러시안블루_Opened   11.01.23

다큐에 그의 PT가 두번 등장합니다.
한번은 클라이언트를 초대해서 책상을 앞두고 뭔가 설명하는 장면,
한번은 직원들과 얼굴 마주치는 걸 어려워하는 그가 직원 교육을 위해 동영상을 찍는 장면.

두 장면에서 받은 느낌은 오래 고민하고 사색한 내용을 단단히 개념화시켜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컨텐츠에 대단히 강한 거죠.

혹 그가 대중 PT 혹은 수주PT의 대가라면, 그의 고통이 이해갑니다.

남보다 PT의 공포가 훨씬 더 커서 그걸 극복하기 위해
몇배 더 (수사학적이 아닌 실제로...) 노력했을테고,
준비기간 자신을 달달 볶았을 것이고,
그런 노력의 결실때문에 PT의 대가로 보였을듯 하네요.

티아레   11.01.23

외근하시며 고객 만나는 걸 즐긴다고 스스로 생각하셨다니 뜻밖이네요.
저는 블루님은 성격상 그런 일은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했으리라 짐작하고 있었거든요. 업무가 바뀌고 편하고 안정되시다니 다행이네요^^

교육학 관련 서적에서 제가 읽은 바로는 내향성/외향성에 대해 일반인들이 흔히 갖고 있는 통념이 스테레오타입이라고 하더군요. 즉, 조용하고 혼자있기를 좋아하고 수줍어하는 성격과 반면에 말이 많고 사교적이며 집단을 좋아하는 성격 중 전자를 내성적 성격, 후자를 외향적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거죠.

전문적이고 엄밀한 의미의 외향성(extroversion)이란 자아고양감, 자부심, 충족감 등의 느낌을 자신 내부의 자기확인 혹은 자기인정에서 이끌어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서 확인 받고자하는 마음 깊이 내재한 필요(욕구)의 정도를 뜻한다고 합니다. 외향적인 사람들(extroverts)은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선 꼭 다른 사람들(혹은 그들의 인정, 찬사 등)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거죠.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이 반드시 말이 많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 조용하고 수줍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면 외향성이 강한 성격인 셈이죠.

내향성(introversion)이란 반면에 충족감, 만족감, 자부심 등의 느낌을 타인의 인정과는 별개로 자기성찰 및 숙고를 통해 도출해내는 정도를 뜻합니다. 내향적인 사람들(introverts)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내적인 힘, 즉 여준형씨가 말한 "생각, 고민, 노력하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여러 특질들이 환경과 유전의 영향을 동시에 받지 어느 하나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면에서, 저는 내향성도 어느 정도는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서서히 채워나가면 자아가 더 단단해진다고 보는 거죠. 어떤 정신적 타격을 입거나 타인이나 자신에 대해 거듭 절망이나 실망감이 몰려와도 자아가 단단할수록 회복도 빠르고 더 수월하게 안정을 되찾게 되는 것 같아요. 상처받기 쉬운 자아가 타인이나 세상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충격완화장치를 덧입고 있는 상태가 된달까요.

블루님은 대체로 말이 없고 혼자 있기를 즐기는 조용한 타입이신지는 몰라도(분위기에 따라,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이 편하고 맘에 맞는 사람들인가에 따라 많이 달라질수 있는 성격이실 것 같거든요) 외향성도 비교적 강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그러면서도 성실하시고 꾸준한 성격에 상당히 단단한 에고의 소유자이시니 내향성도 높은 편이신거죠. 두 성향을 다 조화롭게 가지고 계신 것 같으니 자기충족을 위해서도 그리고 타인의 인정에 대한 필요에서도 자아의 발전과 성취에 대한 상당히 강한 내적 드라이브를 가진 분이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컨데, 장점이 참 많으세요^^ 잘 살리시고 힘내시라구요~

프러시안블루_Opened   11.01.23

가끔 저를 외향적인 사람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마음 속으로 "아니거든요" 이랬는데,
실제 어느 정도의 외향성을 같이 갖추고 있나봅니다.

성공적인 PT를 하고 나면, 며칠간 붕붕 뜬 느낌인데
티아레님의 분류에 의하면 그게 전형적인 외향적 특징이군요.

티아레님
장점 잘 살리고 힘낼께요.ㅎㅎㅎㅎ

closer   11.01.23

저도 그 다큐 봤어요.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하고도 비슷한 내용인 것 같더라고요. 내향적인 것과 소심한 것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프러시안블루_Opened   11.01.23

맞아요.
내향적이면서도 자기 확신으로 똘똘 뭉친사람이 있어요.
그런 확신이 포스를 뿜어내지요....

클로저   11.01.24

저도 이거 봤어요. 저도 내향적인 사람인데 굳이 외향적일 필요가 없다는 말에 좀 안도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