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때 국어선생님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껏해봐야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담임이었던 사회,한문,수학,국사 선생님 정도?
정말 암만 생각해봐도 국어선생님이 누구였는지.... -ㅅ-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나서 난 국어선생님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1,2학년때 국어선생님.
단발같은, 희끗희끗하면서 약간 긴 머리.
수학여행때 빨간두건을 쓰셨던, 개구진 소년같은 표정을 지었던 국어선생님.
국어,상이었나, 하였나.
아무튼 교과서에,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가 있었는데.
그 시를 연극배우처럼 낭독하면서 칠판에 쓰시곤, (목소리가 완전 성우였다)
옆에 예쁜 일러스트까지 그려넣어주셨던 선생님이셨다.
아직도 그 일러스트 속의 비둘기의 날개짓이 생각나는걸보면... ㅎ
윤동주 일생과 시들로 토론도 벌였던, 즐거웠던 국어시간.
3학년때는 입시에 찌들어서 국어과목도 참 많이 나눠졌었다.
국어,문법,문학,작문이었나.
키가 반에서 (전교에서도) 제일 컸던터라,
늘 출석번호가 끝번이었는데, 3학년때는 제2외국어 선택과, 이름순이라서
출석번호가 4번이었다.
교실에 책상자리도 출석번호대로 맨 앞쪽부터 앉아서,
4번이었던 난 교탁 바로 앞자리였고.
3학년 1학기, 첫날 첫수업이 국어였는데.
교과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출석한번 부르자해서 이름이 호명되었고,
그때 그 국어선생님은 어디 박씨냐? 라고 묻고
난 무슨파, 몇대손입니다만, 이라고 대답을 했는데.
아이고... 할머님.. 하시더라는 -_ -
그 뒤로 복도에서 마주칠때마다 안녕하세요,라던가 가볍게 목례를 하면
국어선생님은
[아이고 할머님, 진지는 드셨는지요~?] 하고 내게 인사를 했고
아니요.. 하고 웃으면 우유나 빵을 주시곤하셨다.
제일 좋아했던 문학파트에서, 시나 소설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각보다 탁월했기에, 예쁨도 많이 받았던듯.
며칠전 알게된 국어선생님덕분에,
학창시절 국어선생님들을 다시 떠올렸다.
일하다 중간에 졸업한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때 그 선생님들이 아직 교직에 계시는지 확인도 해봤다.
대구에서는 꽤나 유명한 사립재단이라, 그 재단 안의 학교들을 다 검색하고서야
빨간두건의, 예쁜 일러스트까지 그려주셨던 국어선생님은 퇴임하셨다고 한다.
가만히 그때를 떠올리면서 혼자 웃어보았다.
그때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난 더 열심히 공부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는것보다
더 열심히 기타치고, 더 열심히 노래하고,
더 열심히 내 청춘을 즐길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졸업한지 10년이 다되었는데,
아직 내 책장에는 국어교과서가 그대로 꽂혀져있다.
퇴근하고 후배를 만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가만히, 가만히 그 국어교과서를 펼쳐본다.
며칠전 알게된 국어선생님.
철없는 국어교사라고 내게 말했지만, ^^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나처럼 이렇게 좋은 기억을, 예쁜 추억을 회상할 학생들도 있겠지요.
학생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유쾌한 분이길.
또,
시를 낭독하며 칠판에 예쁜 그림을 한번 그려보시길...
히힛.
이 밤,
10년이 지난 그때 국어선생님과, 얼마전 알게된 국어선생님,
국어선생님을 생각하면서, 국어교과서를 읽다가 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