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고민이 등장했다.
대학원 과정을 시작할 때는 강릉에 돌아가서 내 일을 시작해볼 계획이었다.
대학원 과정을 마칠 때쯤 되니 난 무언가 조급해져서 벌써 어딘가 면접을 보고 있었다.
'거기'가 내 이력에 보탬이 되는 곳이며 월급도 꽤 괜찮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내 머리가 향했지만 잊고 있었다.
내 머리와 마음은 불과 물 같아서 이성과 감성 사이에 내가 늘 혼란스러워 하며 산다는 것을.
내 머리가 선택한 상황에 대해 내 마음은 늘 자신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모르는 게 많고 미숙해서 힘들었고
석사과정을 선택했을 때도 내 능력부족이라 여겨 손발을 고생시켰기 때문에
'거기'를 선택한 지금도 나는 나에게 의심을 품고 있다.
마음이 불편하면 하지 말았어야지 그냥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나를 피곤하게 만들려고 한다..
긍정스러움이 이끌었겠지만 나도 내게 기대가 없는 편은 아니라서
머릿 속에는 부지런함과 할 수 있다는 생각, 힘들게 되면 그때가서 고민하자는 여유를 품는다.
실상 나는 게으르지 않기 위해 부지런하고 싶어하고 논리정연하지 못해 늘 머릿 속으로 끙끙거리는 아인데..
'거기'에서의 일에 대해 살짝 파악하고 보니 나는 나이가 있는데도 거기에 가장 늦게 합류하는 편이고
경력, 학위의 수당이 있는 대신 기본비율이 적어 일이 많아도 예상보다 적은 월급을 받게 될 듯하고
내게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어 있어 경력직임에도 미숙히 보일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거기서 일하다 내가 언제 결혼할 수 있을지ㅜㅜ
대구엔 남자가 없다고 해놓고도
내가 눈이 높다는 둥의 농담섞인 진담같은 농담이라 믿고 싶은 말을 들으며
내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닌데 싶기도 하다.
나는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컸기 때문에ㅡㅡ; 요구나 선택의 기회를 잘 갖지 못했고
해본 경험이 적어서 선택에 대한 확신이 적다.
내 선택은 늘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늘 참기름병에 갖혀있던 기름이 빠져나오면 오만상 미끄덩하는데
내 선택이 그렇다.
그 기름처럼 위태롭다.
옳았다..일이 일사천리다..이런 성취나 긍정적인 경험이 참 부럽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확신보다 내 능력만큼에 감사하고 싶고 만족하고 싶은데
일을 잘 마무리하지 못한다.
담달부터 일단 파트로 출근하기로 한 지금.
난 머릿 속이 야단법석이다.
좋은 선택이란 내 마음이 편한 길을 가는 것일까 아니면 힘이 들어도 이상을 향해 달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