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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미안할 것은 없다.   deux.
조회: 2740 , 2012-11-04 15:08



남자친구를 생각하면
한 없이 미안해진다.

사랑받을 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는 내가
그러한 내 자신이
나의 존재가
참으로 미안하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그러한 내 자신이
그러한 나의 존재가
참으로 미안하다.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지금은 내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서 미안하다.

모든 것이 미안하다.



.
.




그러나
미안할 것은 없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렇게 힘든 사람이며
그 힘듦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하게 노력하고 있는
나는
나이다.

나의 존재를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미안할 일이 아니다.

다만
조금
안타까울 분.
그리고 지독히
슬플 뿐.




.
.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이 겨울이
스스로를 파고들고
고통의 한 가운데에 던져질 이 겨울이
이 꽃의 겨울이 지나고 났을 때
너는 내 곁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이 나는 한 없이 슬플 뿐이다.
너는 단 한 번의 인연이다.
다시는 올 수 없는
단 한 번의 인연.
그것이 미어지게 슬플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내가 깨달은 대로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그러한 꺠달음 대로
모든 것을 얻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잃어야 하는 것이 너라는 것이
눈물 고이게 슬플 뿐.
그 슬픔마저도 고스란히 내 것이다.

나는 너에게 
쓸데없이 잘해주지 않을 것이다.
감상에 젖지도 않을 것이고
미안한 마음에 더 잘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오로지 나를 위한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이 겨울에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나를 위해 너에게 잘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너를 위해 
너를 나의 고통에 태울 것이다.
내리고 싶다면 내려도 좋다.
잡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타고 있고 싶다면 얼마든지 타고 있어도 좋다.
밀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너의 선택이다.
내 곁에 남든 떠나든.

다만 나는 정중히 바라본다.
네가 내 곁에 있어주기를.
그런 인연이기를.
이것조차 나를 위한 것이 아니기를.





.
.


꽃의 겨울이다.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12.11.04

님 힘든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래요
난 더국다나 사랑을 받기만해죠
하지만 그 사람이 생긴후로부터 사랑을 줄수있는 그런 사람으로
변해 있었네요 사랑은 받는것보다 주는 사랑이 더 큰법이니까요

李하나   12.11.05

주는 사랑이 더 크다는 걸 언제쯤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까요. 어려운 것 같아요:(

프러시안블루_Opened   12.11.05

슬픈 글이네요.

하나양은 이 겨울 치열한 싸움과 함께 훌쩍 성장할테고....

다만, 남친이 '때론 침묵하며, 지켜봐주고, 기다리는 것이 미덕'임을
아는 분이길 바랩봅니다

처음 하나양의 일기 읽었을때는 단순히 안타까웠는데,
지금은 상처와 상관없이 하나양의 굳센 내면과
찬찬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관조적인 글이 참 좋아요.
보기드물게 강하고 총명한 아가씨.

언젠가 제가 댓글 단적이 있던가요.
어렸을때 읽은 <생의 한가운데>라는 소설의 여주인공 '나나' 에게 받은
그런 느낌을 하나양한테 받는다고...


그래요

하나양은
본능과 느낌에 의지하여
마음이 흘러흘러 자리잡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있을거라 믿어요.
강한 사람만이 그렇게 살 수 있거든요

李하나   12.11.05

'총명한 아가씨'라는 말이 정말 듣기 좋아요(발그레).
믿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