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난다 │ 치유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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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사실 신이 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지만 조금은 신이 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괴롭더라도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낫다. 가해자에게 내 일기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자신이 나에게 어떤 짓을 한 건지 충분히 알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너무나 뻔뻔한 게 화가 났었다. 내 고통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는 그에게 너무나 화가 났었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려 한다. 조금씩. 이게 소용이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르겠고 옳은 지 안 옳은 지도 나는 잘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보려 한다. . . 내가 그동안 썼던 일기들을 뽑아서 그에게 보낼 것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힘들어하고 있는지 명백히 알 수 있도록. 그리고 그가 전화를 하면 받아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그렇게 내 안에 쌓인 그에 대한 분노와 응어리들을 풀어갈 것이다. . . 요 며칠 기숙사에서 혼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외로움을 느끼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고, 내 삶이 얼룩진 것 같아 괴로웠다. 그렇게 며칠을 나와 함께 보내다가 오늘에서야 조금 괜찮아졌다. 내 옆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항상 나를 믿어줄 것이라는 것을 오늘은 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많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관계를 맺는 데 서툴 수도 있고 받는 만큼 주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사람일까봐 나는 미치도록 두렵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항상 사람들이 있다. 그게 나는 말도 못하게 감사하다. 그 사람들을 믿는다. 믿고 헤쳐나갈 것이다. . . 학교에 돌아가면 그에게 편지를 보내야지. 편지를 쓰고 싶은 온갖 사람들에게 편지를 쓸 것이다. 할머니에게도 편지를 써야지. 왜 할머니 아들이 딸을 괴롭힌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나한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냐고. 왜 당신 아들을 혼내주지 않았냐고. 당신이 돌아가셨을 때 흘린 내 눈물이 조금은 아까워지려 한다고. 당신에게서만큼은 나는 정말 '아 할머니가 나를 좋아하시는구나'라는 걸 느꼈었는데. 그래서 제대로 보답해드리지 못한 게 너무나 죄송해서 무지 많이 울었었는데. 왜 그랬어요? 그리고 태워서 하늘 나라로 보내야지.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참고만 살았던 응어리들을 토해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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