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난다   치유일지
  hit : 2376 , 2013-03-02 23:31 (토)


무언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사실 신이 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지만
조금은 신이 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괴롭더라도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낫다.

가해자에게 내 일기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자신이 나에게 어떤 짓을 한 건지
충분히 알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너무나 뻔뻔한 게 화가 났었다.
내 고통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는 그에게
너무나 화가 났었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려 한다.
조금씩.

이게 소용이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르겠고
옳은 지 안 옳은 지도 나는 잘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보려 한다.



.
.

내가 그동안 썼던 일기들을
뽑아서 그에게 보낼 것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힘들어하고 있는지
명백히 알 수 있도록.

그리고 그가 전화를 하면 받아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그렇게
내 안에 쌓인
그에 대한 분노와 응어리들을 풀어갈 것이다.


.
.


요 며칠
기숙사에서 혼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외로움을 느끼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고,
내 삶이 얼룩진 것 같아 괴로웠다.

그렇게 며칠을 나와 함께 보내다가
오늘에서야 조금 괜찮아졌다.

내 옆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항상 나를 믿어줄 것이라는 것을
오늘은 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많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관계를 맺는 데 서툴 수도 있고
받는 만큼 주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사람일까봐
나는 미치도록 두렵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항상 사람들이 있다.
그게 나는 
말도 못하게 감사하다.

그 사람들을 믿는다.
믿고 헤쳐나갈 것이다.


.
.



학교에 돌아가면 그에게 편지를 보내야지.
편지를 쓰고 싶은 온갖 사람들에게 편지를 쓸 것이다.
할머니에게도 편지를 써야지.
왜 할머니 아들이 딸을 괴롭힌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나한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냐고.
왜 당신 아들을 혼내주지 않았냐고.
당신이 돌아가셨을 때 흘린 내 눈물이 조금은 아까워지려 한다고.
당신에게서만큼은 
나는 정말 '아 할머니가 나를 좋아하시는구나'라는 걸
느꼈었는데.
그래서 제대로 보답해드리지 못한 게 너무나 죄송해서
무지 많이 울었었는데.
왜 그랬어요?
그리고 태워서
하늘 나라로 보내야지.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참고만 살았던 응어리들을
토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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