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습관 만들기 │ troi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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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 중에 하고 싶지 않은 행동들이 있다. 예를 들어, 뒷정리를 잘 하지 않는다든지 밥을 잘 챙겨먹지 않는다든지 나갈 일이 없는 날에 바깥에 한 발짝도 안 나가고 틀어박혀 글만 쓰고 책만 읽는다든지. 먹지 않아도 되는데 자꾸 먹는다든지 물을 마시지 않는 거라든지, 받기 싫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든지 해야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자꾸 미룬다든지. . . 사실 둘 중 하나이다. 아예 마음 편하게 이런 행동들을 하든지 아니면 이런 행동들을 고치든지. 하지만 나는 왠지 고치고 싶다. 아니,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고치는 그 자체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사실 적어놓고 보면 뭘 이리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누구나 다 하는 행동이고 그렇게 사는 건데 왜 자꾸 뜯어 고치려 하는 거냐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사실 이런 행동들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머리 속에서 착착 풀이 과정이 세워진다. 비유하자면, 스도쿠나 로직 같은 것, 쯤이다. 굳이 머리를 싸매서 그 숫자들을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도쿠나 로직은 해야 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로 하는 것 뿐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나 자신의 행동과 사고 과정을 분석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나한테는 스도쿠의 풀이 과정만큼이나 재미있다. 그 과정을 고민하고 하나 하나 알아내며 맞춰져 가는 것에서 느껴지는 어떤 희열이랄까. . . 이것도 하나의 습관, 이 되어버린 듯 하다. 아무튼 저것들은 모두 나의 기존 습관들이다. 새벽 늦게 잠들어서 아침에 한 10시 쯤에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화장실에 가는 일. 물 한 모금 마신 뒤에 쇼파에 드러누워 어제 놓고 들어간 책을 집어든다. 아직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지만 그냥 읽고 있는다. 시원한 바람에 나를 내맞기며 그 바람을 쐬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어의 바람에 나를 맞기는 것이다. 그러다가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 좀 하다가 뇌가 덜 깬 상태에서 무언가를 먹고, 또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쓰고. 외출할 일이 없으면 그렇게 지낸다. 그러다 동생과 엄마가 돌아오면 뭔가 그 둘과 나 사이에 얇은 막 같은 게 하나 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나는 그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외출했다가 돌아온 날에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데. 뭔가, 내가 덜 깬 느낌이다. . . 아침 30분이 하루를 결정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은 확실히 맞는 말이다. 오늘은 나갈 일이 없었지만, 나를 깨우기 위해 잠시 도서관으로 외출을 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역시 내가 한 일은 책들 사이에 파묻힌 거라 다 깨지는 못한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산을 보는데 산과 나 사이에 얇은 막이 있었다. 나는 이 얇은 막을 걷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뒷정리는 내가 가장 안 하는 것 중 하나다.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지도 않을 뿐더러 샤워를 하고 나서 치우지도 않는다. 치우기 '싫어서'가 아니다. 무질서가 '좋아서'이다.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물건들이 좋다. 방이 어질러져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 물건들을 밟으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마치, 어렸을 때 거실에 깔려 있는 이불을 막 밟으면서 돌아다니던 느낌. 그래서 나는 뒷정리를 잘 하지 않는다. 뭔가 딱딱 정리된 것엔 정감이 가질 않아서. 하지만 내가 화장실과 내 방을 치우지 않음으로써 엄마와 할머니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건 그닥 좋지 않다. 할머니가 내 물건을 아무 곳에나 갖다 놓으셨을 때 아니면 내 공간에 할머니 물건을 갖다 놓으셨을 때 나 역시 순간적으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마찬가지로 내가 방을 어질러 놓았을 때 할머니도 그런 스트레스를 받으실 것이다. 내가 정리를 한다면 그런 스트레스를 안 받으실 수 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리를 하면 정리를 하는 시간 만큼 생각을 덜 할 수가 있다. 아마 내가 생각을 조금만 덜 하고 잠을 더 잔다면 정신 건강에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생각은 해야 할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면 족하다. 생각이 하고 싶어서 다른 일을 뒷전으로 미루지 말자. 할 걸 끝내고 생각을 하자. 그럼 아마 더 살기가 편해질 거야. 내가 생각할 시간이 널널한 건 최소한의 것에만 시간을 쓰기 때문일지도 몰라. 정리 하자. 이불도 개고 쓴 물건은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화장실을 쓰고 나서는 물을 뿌려 청소를 하고. 안 그러면 긴 머리카락이 다 빠져 있다고 엄마랑 할머니랑 질색을 하시니까. 방 청소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밥 때 되면 밥도 제대로 해 먹고. 일상을 제대로 하자. 응응. 먹지 않아도 되는데 뭘 자꾸 먹는 것 역시 습관이다. 먹고 싶다기 보다는 심심해서, 먹는 것이다. 머리만 굴리고 있으니 다른 감각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자극을 주려고 뭔가를 자꾸 먹는 것이다. 책 읽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꺼내 먹고. 뭔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느끼고 나면 다시 책을 읽고. 그리고 다시 심심해지면 복숭아를 하나 꺼내 물고. 이건 나와 세상 사이의 얇은 막을 걷어고 나면 해결될 듯 하다. 얇은 막이 걷히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입과 식도 말고도 다양한 곳에서 느껴져 올 테니까. . . 해야하는 일을 미루는 건 아주 바쁘거나 아니면 아주 할 일이 없거나 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 역시 얇은 막을 걷어내고 나면 될 것 같다. . . 그리고 마지막으로 받기 싫은 전화를 받지 않는 것. 음, 일단 주군의 태양을 보고와서 다시 써야겠다. 지금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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