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불편한. │ troi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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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화 받는 것이 싫다. 전화로 누군가랑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어색하고 마음이 불안하고 불안정하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전화를 받지 않는다. 잘 하지도 않는다. 웬만한 것은 카톡이나 문자, 메일로 해결한다. 말보다는 글이 편한 걸까, 아니면 전화가 싫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 . 뭐, 좀 불편하긴 하니까 고쳤으면 좋겠긴 하다. 내가 안 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는 게 고역이니까. 아주 가까운 사람 전화는 무시로 씹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엄마라든지. 엄마는 어차피 뭐하냐, 이런 전화를 하는 거니까 적당히 수업한다고 씹어주고 카톡으로 답하고 그런다. 가장 편한 엄마의 전화 마저도 이런데 다른 전화가 얼마나 불편한 지는 말 할 것도 없다. 가장 미안한 건 군대에서 걸려오는 전화다. 군대에 간 녀석이 전화를 해 오는데, 처음에는 꼬박꼬박 받아주었다. 그런데 전화가 너무 자주 오고, 받아도 늘 똑같은 얘기에, 말도 별로 안 하는 친구랑 통화를 하자니 안 그래도 통화에 울렁증이 있는 나로서는 그 통화가 참 힘들었다. 그래서 한 두 번 핑계를 대고 피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안 받는다는 걸 알았는지, 요즘엔 전화를 걸지 않는다. 너무 미안하지만, 전화가 안 오니 너무 편하다. . . 전화 공포증 같은 게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에는 내가 전화 공포증인가, 했는데, 그 정도까지이기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요즘은 뭘 좀만 싫어해도 공포증을 갖다 붙이는 형편이니 그러지 말자고 마음 먹은 것도 있고. 어떻게 하면 전화에 익숙해질까. 전화가 왜 불편할까. 모른다. 일단 걸려 오는 전화를 씹지는 말자고 다짐해 본다. 무뚝뚝해서 그런가. 오늘 아침에도 엄마 전화를 씹었다. 이건 휴학 했다고 거짓말 해서 어딨냐고 물어보는 게 싫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방금 전에 다시 전화 했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데, 막상 전화가 오면 정말 받기가 싫단 말이지. 별난 성격이야,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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