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ition이 필요해...   2015
  hit : 1849 , 2015-01-14 00:50 (수)
사실은
이쯤에서 
좀 쉬어주는게 맞다.

지난 9월부터 
5개월 동안
매일매일 24시간 
전력질주를 해왔다.

'미안합니다. 이번 달 말일에
회장님 보고때 쓸 영상이라서요. 
시간이 부족하고, 또 저희 예산이 이것밖에 없어서
많이 드리지도 못하고....죄송한데, 
꼭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빼놓지 않는 말.

'저희가 이것만 하는게 아니고,
좋은거 많이 하니까, 다음에 꼭 연락드릴게요'

지금꺼 토달지 말고 해달라는 소리지.
안그러면, 확인도 안되지만
누구나 탐낼만한 떡밥. 안줄거라는거지.

씨바.

세상엔,
끝이 보이더라도
시작할 수 밖에 없다...라는 오차장의 말.

맞다.

실은, '다음'에 연락주지 않는거 갖고
이 말 한다고?
아니지.

마감기한이라고 했던 '회장보고'.
이 말은, 사실... 
'마감이 없다'는 말이다.
왜냐? 회장이 보고 받기 위해,
꼼짝않고 앉아서 기다려주는거 봤나....

회장은 회장답게
바쁘다. 정말 억수로 니기미 졸라 
바쁘다.
그러니까...
회장이 비로소 자리에 앉아 있을 때! 
그 때가 보고를 하는 땐거지.

그럼 그동안 뭐하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한 수정'이지...

여기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하는거다.

전력질주...
아무리 힘들어도
'끝'이 보이면
이를 악물고, 눈 질끈 감고
목에 힘줄이 터져라 
악으로 깡으로 
버틸수 있다. 

근데,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모른채

'이것 고쳐주세요'
'수정 부탁이요'
'다시 해주세요'
'좀 이상한데?'
'살짝만 만져주세요'

그래도 전력으로 해줬다.
왜냐면, 당장 내일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회장보고'를 맞춰야 하니까...
또 그렇게 하면, 이 프로젝트 끝낼수 있으니까...

이러는데, 어느날
'시나리오. 다시 써볼까?' 하는거다.

아니 대체 왜냐고 묻자,
'회장님이 유럽으로 좀 오래 갔다 오신다네?'
기한이 한달정도 연장된거지. 자동적으로...

이때 정말....
아, 왜 미친놈들이
실실대며 웃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퓨즈가 나간것처럼
팽팽히 당겨놨던 긴장의 끈이 탁 풀리면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킬킬대며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며칠 뒤
회장이 갑자기 한국에 들어온단다.
고친 시나리오로 다시 재작업을 하고 있으니,
처음보다 더 많이 시간이 모자르게 됐고,
이때 정말 술취한 앰블런스처럼 달렸던...거 같다. 
(이때부터 기억이 잘...ㅎ)

그 사이에,
다른 프로젝트까지 끼어들었는데...
(왜냐면, 위에 쓴 프로젝트가
약속되었던 기한을 이미 2달가량 오바하며 있었기에...)

두번째 프로젝트는 나름,
신선하긴 했지만
늘 그랬듯이 클라이언트는
우리가 제시한 A안과 B안을 바라보며
명쾌하게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

'A안의 감성적인부분과 
B안의 메뉴얼적인 부분을 결합하여,
처음에 알려드린 예산에서,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해요'

물론, 이 말. 빼먹지도 않는다.

'저희 내년에도 영상 많이 만들거거든요?
부탁드려요? 호홋'

달려!!!!
달리자!!!!!!!!!

시간도 모자르고
돈도 모자르지만
체력은 아직 많...

암튼 달려!!!
달리자!!!!!!!

연말이라니,
그게 뭐냐. 먹는거냣!
크리스마스?
그게 별거냐? 
밤새 하는건 똑같네!

닥치고,
달리자!!!!!
달려!!
....
..
.
.

그렇게 5개월.

결국
끝은 났다.

'다음 일'은
기약도 없고
아무도 언급하지 않지만...

아무튼
끝은 났다.

그런데,

뻐근한 몸을 추스려
돌아 보니,
그동안 미뤄놨던
설겆이꺼리와
빨래꺼리처럼,
우선순위에 밀렸던 
'중요한 작업들'이 눈앞에 딱!

맞아.
급하진 않지만, 소중한 작업인데
내 '미래'들인데...

몇달동안 손도 대지 않았더니,
먼지도 쌓이고...
빨리 해야 하는데...
빨리 써야 하는데...

근데, 손에 잡히질 않는다.
계속 빈둥빈둥.

하릴없이 
잠만 오고
(왜 이렇게 졸린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정말 딱...
일주일정도 
재충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배우들이 '여행'을 
캐릭터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Transition'으로 삼듯이 말이다.

누구는, '산'으로 간다니...
나는 '바다'로 갈까....

아니다.
나도 '산'이 좋긴 하다.

내일 북한산이나 
함 올라야 겠다.




볼빨간  15.01.15 이글의 답글달기

'현재'와 연결된 전원을 플러그를 빼듯이 한 번 확 끊어버릴 필요가 있긴 하지요. 북한산행은 춥지 않으셨을지..

무아덕회  15.01.15 이글의 답글달기

미뤄뒀던 '생활문제'를 처리하느라 아직 '산행'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ㅋ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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