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 20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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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좌를 들었던 분들과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 첫번째 책은 박완서 님의 대범한 밥상.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어려웠다. 박완서 님의 작품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여겼는데 이 단편소설들의 내용은 내가 아는 것과 비슷하지만 느끼는 건 완전히 달랐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의 향수, 전후의 생활과 혼란함이 아니라 그것을 넘는 무수한 감정들이 있었다. 올해를 다시 읽기-의 해로 정하며 나는 나에게서 서툰 면을 많이 본다.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고, 책 보기로 마음 먹은 뒤 폰을 보게 되는 충동성.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 읽은 뒤 무슨 생각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모습. 말로 전달하기 쉽지 않다는 당황감. 책에 관한 느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잘못된 거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든다. 막힌 관이 뚫려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미성숙한 메타인지가 이제 다시 빛을 보려는건지-웃긴다 20대는 직업관련된 전문서나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의 자기 개발서, 소설, 육아양육 책을 봤는데 지금의 독서는 다르다. 요즘 전문서는 일부러 피하고 있다. 책을 본 뒤에 매끄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 전공관련 책도,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놀이치료 관련 책도 보기가 싫다. 본 뒤에도 요점파악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게 싫다. 나에게는 이게 어렵다.. 마찬가지로 독서모임에서 주어진 단편을 읽고 내 생각을 전달하는 건 부끄러웠다. 내가 지대로 느낀 게 맞는지, 말을 잘 하고 있는지 여러 모로 내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어릴 때는 읽으며 주인공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많은 방어를 하는 걸 느꼈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으려고, 그래서 내 감정을 보호하려 했던 나의 힘든 시기가 떠오른다. 피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었다.. 그래서는 더욱 서툴러지고 만다. 내가 놓치며 살아온 수많은 이야기를 읽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느끼기를. 그리고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잘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글도 잘 쓰게 되었으면 좋겠다. 자기 전까지 일기를 놓지 못하는 건 그 이유에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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