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 cinq. | |||
|
연체 문자 받는 생활을 벌써 몇 달 째 하는 건지. 오늘도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연체가 되었으니 빠른 납부 바란다, 는 문자가 왔다. 카드사는 심지어 카드를 전부 막아버렸다. 와우. 이러다 신용등급 엄청 나빠지겠네, 24살에. 지난 주에 단기 알바를 했는데, 행사가 끝나고 바로 지급해준다고 했던 돈은 대행사와 의뢰사 간의 계약 사항이 불일치해서 입금이 늦어지고 있다. 월요일에 바로 돈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소비를 했던 터라 지금은 진짜 잔고가 148원밖에 없다. 덕분에 삼일째 집에서 한발자국도 안 나가는 중. 교환학생 지원서 써야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집에서 멀리 나가면 다 돈이니까, 그냥 집에 틀어박혀 있는 중이다. 책상이 좌식 책상이라 계속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있는데, 그 때문인지 왼쪽 무릎이 시리다. 헐. 이제 겨우 24살인데 무릎이 시리다니! 오늘은 돈 없는 거 상관 말고 뒷동산 등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산책도 좀 할 겸. . . 동생에게 급하게 돈을 빌려서 오늘 저녁이면 입금 해줄 거고. 내일이나 모레면 일한 것도 넣어줄 거라고 하니까. 오늘만 좀 참으면 된다. 반찬도 별다른 게 없어서 월요일부터 쭉 계란에 김치만 먹고 있다. 아니면 라면. 얼른 돈 들어와서 친구랑 순대국도 먹으러 가고, 예쁘게 찍은 한복 사진 인화할 것도 주문해야지. 초콜렛도 사먹을 거다. . . 이번 주에 교환학생 신청서 내고, 주말에 엄마랑, 동생이랑 엄마 남자친구랑 정동진으로 여행을 갔다온 다음, 친구들하고 함께 하기로한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교환학생 면접을 기다린 다음, 교환학생 면접이 끝나면 바로 생산직을 들어가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많은 돈을 모아야 하는 거라서, 생산직 야간을 3개월간 하기로 했다. 혼자 하기에는 좀 지루하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사람을 구해서 같이 하기로 했다. 스무살 짜리 남자애인데 말 하는 것도 귀엽고. 얼른 일 시작했으면 좋겠다. 빨리 해야 조금이라도 많이 벌텐데. 그래도 설문 아르바이트가 꽤나 급여가 높은데다 할당량만 채우면 되는 거라, 한 이틀만 고생해서 빨리 채우고 바로 일 시작하면 될 것 같다. 게다가 친구들이랑 하는 일이라 재미도 있을 것 같고. . . 생산직 일 시작한 다음에는 최대한 돈을 아껴야겠다. 25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세금 떼면 240만원 정도 될 거고, 잔업 많이 한다고 해도 최대 280만원? 어쨌든 3개월 일 하면 벌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3개월보다 조금 더 많이 할 거니까 생활비 빼고 최대 700만원 정도 번다고 치면, 그 중 550만원은 기숙사비로 안녕. 150만원 중, 40만원 정도는 출국 서류 준비로 안녕. 100만원은 티켓값으로 안녕. 그럼 나머지 10만원으로 첫 달 생활비를 해야 하는 건데 뭐 간다고 하면 엄마나 할머니가 10만원씩이라도 주겠지. 그럼 그걸로 첫 달 생활비 하면 된다. 티켓값 좀 더 아끼면 되기도 하고. 해당 대학 교환학생 후기를 읽어보니 거의 학교에서만 머무르는 데다가, 기숙사비에 식사가 다 포함되어 있어서 생활비는 한 달에 2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건 거기 가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벌어야겠다. 교환학생 비자로 교내에서 주당 20시간씩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고 한다. 시급이 8달러 정도 된다고 하니 일주일에 12시간씩만 일해도 한 달에 40만원씩은 벌 수 있다. 여가까지 해서 생활도 충분히 가능! 아르바이트 자리는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여행을 가려면 조금 더 돈이 필요하지만 그건 거기가서 상황을 좀 보도록 하자. . . 생활비 대출이 한 번 더 나오면 참 좋을텐데. 그러면 150만원의 여유 자금이 생기는 거니까. 뭐 어쨌든 되는 대로 최대한 해보자. 가서 죽지야 않겠지. 정 안 되면 여기저기서 조금 빌리고 나중에 갚아도 되고. 그리고 출국 할 때가 됐는데 돈이 없어서 도저히 갈 수가 없는 상황이면 안 가도 되. 사정이 있어 못 간다, 그러면 되는 거니까. 일단 밀어붙이는 거야. . . 참 나도 뭐 할 때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고 고생한다. 필리핀으로 봉사를 가겠다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일주일에 4일씩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덕분에 빨래할 시간은 커녕 잠 잘 시간도 없었지. 태국을 가겠다고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도 꾸역꾸역 돈을 모았었고. 터키를 가겠다고 대출 갚으라고 준 장학금 홀랑 털어서 떠나버리고. 하지만 결국은 그 경험들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가기 전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갔다오면 많은 것들을 얻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만 더 고생하자:) 어쨌든 내가 하고 싶어했던 일 하는 거잖아. 반 년 동안 별다른 회의 없이 재미있게 준비했고. 다만 막판에 돈 문제 때문에 조금 지친 건데, 그렇다고 이제와서 그만두기엔 아까우니까! 분명 나중에 후회할걸? 후회하느니 고생스럽더라도 갔다오는 게 나아. 슬기롭게 타협도 했잖아. 한 학기만 다녀오기로. 힘힘!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