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즐거워 │ 2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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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득찐득한 날씨. 2019년 여름 휴가는 일주일. 집에서 밤에는 푹 자고 끼니때는 조금씩 잘 씹어먹고 그 사이에는 절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는 나에게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말했고, 아빠는 너무 누워있다며 혀를 차셨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잘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휴가를 마치고 3일째 일을 해도 지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닥친 저녁시간에 물론 배가 고파 짜증이 생기고 대중교통을 기다릴 여유도 없었고 오로지 쉬고 싶다는 생각에 전에는 짜증때문에 울고 화를 내는 내 모습에 나도 점점 슬퍼졌지만 이번 휴가 후에는 아침에 빵을 챙겨나올 여유가 생겼고 다만 휴가동안 일이 밀려 바빴기에 물을 많이 마시지 못한 것이 아쉽다. 휴가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선택함으로써 나 자신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머리도 차게 식혔고 기분에 관계없이 생각을 바로 집행할 수 있어 감정의 곳간도 자유로워졌다. 그토록 바라던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부정적인 기분에서 자유로웠고 행동이 여유로운 나를 얻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처음부터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었다. 매번 따라다닌 해야할 일과 눕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지 오래되어 최근에는 드디어 신경성 위염을 얻어 쉬어야 했고 며칠 쉬고 나니 심심한데 아무 일정도 예약하지 않았다는 것에 당연히 조바심을 느꼈다. 나는 오늘이 소중하다. 하지만 내가 살아갈 내일의 시간은 더욱 귀하다. 오늘의 내려놓음이 주는 가뿐함과 시간이든 체력이든 뭘 소비하지 않아도 되었던 하루의 충만함에 감사할 수 있는 휴가였다. 돌이켜보니 20대에 한번, 30대에 한 번 이렇게 가득 지친 나는 소중한 재충전을 결정했었다. 내 선택은 옳았다. 오늘 나는 앞으로도 10년마다의 일주일을 아무 것도 안하는 시간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40대의 일주일은 언제일지 모르겠다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활기차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싶다. #휴가가일주일 #방바닥내땅천장은내하늘 #위염이사라졌어요 #노세노세 #보강은잔뜩 #재충전이필요해 #나를위해멈추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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