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꿈을 먹고 자랐다. │ 현실체험기 | |||
|
울면서 깨어났다. 자그만 단칸방에서 네식구가 살던 아주아주 어렸을때, 새벽이면 엄마가 일어나 연탄불을 살피던, 두툼한 솜이불을 코 끝까지 끌어당겨야 코가 시리지 않았던 그때 꿈을 꿨다. 좁고 길었던 골목길 그 골목길 끝에 모퉁이를 돌아야 있던 맨마지막 구석 끝집. ㄱ자 집이었지만 그 집에서조차 모퉁이 끝방 한칸만이 우리집이었던 집. 그 방 하나가 모든 것이었던, 일을 하고 돌아와 편히 누워 쉴 수 있던 유일한 안식처였던 그 집. 아빠의 제약회사가 부도나고 빚보증에 그 조그맣던 집, 아니 방, 그 안의 보잘 것 없었던 살림살이에 빨간 딱지가 붙었던 기억. 어찌어찌 꾸역꾸역 살아낸 기억. 그래봤자 며칠 지나 학교에서 돌아오니 빨간딱지들이 없어졌고 엄마는 다시 씩씩하게 일을 하러 갔고 나는 그런가보다, 하며 동생과 그저 마당에서 수도꼭지를 틀어 물장난이나 쳤던 기억. 그러다 또 몇년이 지나 그 ㄱ자 집의 반대편 끝방이 우리들의 방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월세였겠지만 자꾸 커가는 나와 동생이 "우리 방"을 갖고싶다고 투정 부렸던 것 같기도 하다. 엄마가 풀을 만들어 벽지를 발라주고 노오란 장판을 깔고 막내동생을 항상 안쓰럽게 생각했던 엄마의 오빠가 그 방에 들어가는, 책상을 사다가 넣어줬다. 첫날 밤, 동생과 둘이서만 그 방에 누워서 너무 좋다며 밤새 떠들다가 늦잠을 잤던 기억. 엄마가 그 집에서 아팠다. 결핵이랬다. 병원에 입원을 해야했고 주인의 부재가 선명하게 그 집은 엉망이 되었다. 학교에서도 나는 자주 울었던 것 같다. 엄마가 빨리 퇴원하고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일기장에 쓰고 선생님 앞에서도 큰소리로 울었던 기억이 아직 나는걸 보면. 학교가 파하면 곧장 병원으로 갔던 것 같다. 환자복을 입은 엄마한테, 꼬깃꼬깃 모은 용돈으로 엄마가 좋아하는 국화빵을 한가득 사들고. 그러고보니 겨울이었나보다, 국화빵을 팔았던걸 보면. 20살에 나를 낳고 쉼없이 삶을 살아온 엄마. 그 속에 엄마 꿈이 있었을까. 왜 난 한번도 엄마에게, 엄마 어릴때 꿈이 뭐였냐고 물어볼 용기를 가지지 못했나 분명, 엄마도 하고 싶은 것, 이루고싶었던 꿈이 있었을텐데 왜, 엄마는 계속 엄마였을거라고 생각했을까 그 조그만 모퉁이 단칸방에서 나의 엄마는 어떤 생각으로 삶을 견뎌냈을까. 나를 버리지않고 잘 키우겠다는 그마음, 그거 하나였다는 말을 들을까봐 무섭다. 엄마의 삶을 내가 잡아먹고 자란 것 같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