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침 │ neu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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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창 먹방을 보다가 잠들었다. 남자친구가 요즘 일 때문에 엄청 힘들어하는데 어제도 통화하는데 목소리가 축 쳐져있었다. 남자친구가 얼른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 편으론 남자친구가 기운이 없으니 나도 기운이 없어지는 것 같다. 남자친구가 주던 사랑이 빠진 자리인 것 같다. 좀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도 전화기 너머에서는 많이 힘들어하고 있겠지,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몸이 힘들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걸 거야. 내일 출근할 때 마시라구 커피 기프티콘이나 보내줄까?ㅎㅎㅎ 내가 기분을 당장 좋아지게 할 수는 없더라도 기분 좋은 일 하나 만들어주면 위로가 되지 않으까? 오늘 나라도 좀 여유롭게 지내면서 그 여유를 전해주려고 해봐야지. . . 지금은 기숙사 책상에 앉아서 일기를 쓰고 있다. 왼쪽 창에서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나의 왼쪽 얼굴을 따스하게 달군다. 뺨이 뜨거울 정도다. 방금 사과를 먹었더니 입 안은 좀 달고 앞니의 감각이 살아났다. 턱도 좀 욱신거리는 것 같고? 오른쪽 발바닥과 발등이 좀 찌릿찌릿한 것이 어제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가보다. 오른쪽 눈에는 다래끼가 났다. 많이 심하진 않은데 보기에 조금 빨갛게 부었고 찡그릴 때면 좀 욱신거린다. 가만히 두면 낫겠지. 더 심해지면 소염제 먹어야겠다. . . 1시간 뒤에는 상담이 있다. 내가 하는 상담! 오랜만에 하는 상담이라, 얼른 준비하고 가야지. 요즘은 돈 문제 빼고는 다 안정적이다. 대학원 다니느라 빚이 더 늘어났고 생활비도 좀 생각없이 써서 카카오뱅크 마이너스 통장까지 손을 대었다. 작년엔 그냥 하고 싶은 걸 다 했던 것 같다. 뭐 그렇다고 내가 사치를 부리는 편은 아니지만, 상담 받고 싶으면 받고 PT 받고 싶으면 받고...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생활비를 너무 많이 썼다. 올해는 연애도 시작했고 이제 곧 졸업이니까 다시 계획적으로 소비를 해야겠다. 언젠가 경제적으로 숨통이 트일 날이 오겠지? 아니, 내가 숨통을 트면 된다. 어서 졸업하고 취업하기! :) 그러면 적어도 매달 고정 수입이 생기고 그걸로 빚을 갚으면서 추가적으로 무슨 돈을 벌든 재테크를 하든 하면 되겠지. . . 어제는 친했던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중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다가 몇 년 전부터 소원해진 친구다. 내 모든 걸 알고 있고 나도 그 친구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고 마음이 멀어졌다. 느슨하게 이어지던 끈은 언제인지 모르게 툭, 하고 끊어져버렸다. 사실 여러 번 다시 연락해볼까 했지만, 뭔가 겸연쩍기도 하고, 내가 이 친구랑 다시 잘 지내보고 싶은 건지 그만큼 친했던 친구의 존재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 허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연락을 가끔해도 돌아오는 미지근한 반응. 아, 이 친구랑은 이렇게 멀어졌구나 싶어서- 그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결혼 소식이 인스타에 올라왔고 이걸 인스타에서 본 것을 보니 나와 이 친구는 정말 멀어졌구나 싶었다. 물론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거겠지만 좀 싱숭생숭했다. 사실 카카오톡에 디데이가 떴길래 설마 결혼하나 그 전에 연락해봐야지, 싶었는데. 스토리에 이미 올라와버려서 어떻게 하나 싶다. 결혼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연락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뭐 연락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뭐 싸우고 헤어진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멀어진거니까 죄인처럼 생각하지 말기~ . . 엄마와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상담을 공부하다보니 부모님과의 관계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숙제인 것 같다. 특히 내가 더 온전해지려면, 그래서 치료자로서 더 바로 서려면. 친부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 내가 엄마와의 관계에서는 그 작업을 좀 미뤄왔었다. 친부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엄마를 안 보면 난 정말 부모가 없어지는 거니까 엄두가 안 났던 것 같다. 사실 엄마를 못 보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부모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진짜 비정상이 되는 것 같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부족하고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게 기정사실화 될 것 같아서. 평범함의 가면을 쓰기 어려워지는 것이 두려워졌다. 특히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만약 엄마랑 싸우고 집과 인연을 끊는다고 해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까? 지쳐서 떠나가지 않을까.... 그러나 떠나보낼 수 없는 관계는 유지할 수도 없다. 적어도 건강하게는. 끊길 것이 두려워 근근히 유지하는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와 틀어질지라도 직면을 해야하는 것 같다. 그건 다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직면하자. 엄마, 그리고 친가 가족들과의 관계도. 이제 1년 뒤면 친부도 출소이니까. 그럴 만한 시점이 왔다. . . 오늘은 상담을 하고 과외를 하고 머리를 하러 가는 날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하루가 되기를. 마음을 담아 나의 하루를 응원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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