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그 후..   미정
  hit : 289 , 2002-01-28 16:53 (월)
피아노 그 후 이야기 -6
<출처. cafe.daum.net /noveloflove (연애소설창작실) 30대 그린창작실1-퀴곤진>

“언니야… 좋아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하던 사람을… 그냥… 오빠로

볼 수 있나?

…”

언니는 알 수 없는 표정이 되며 고개를 살며시 흔드는 듯 싶었다.

“그 사람이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남잖다.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러잖다.. 언니야… 나 … 나는 안되거든… 난 그게 안되는데… 그 사람

이 그러잖다..”

언니는 내게서 자신을 바라보는 듯 그렇게 나를 바라보았다. 내 앞에서

사그라지는 눈빛으로 … 내 눈 속에서 다른 이의 눈을 찾는 눈빛으로…

그 다른 이의 눈빛이 서러운지 다시 그 빛을 잃어버리는 눈으로…

“언니야.. 그리 나 보지 마라.. …

… 너무 맴이 아프다..언니야”

말을 다 못마치고 우는 나를 언니는 옆으로 와 안아 주었었다.

“울어, 주희야.. 참지 말고.. 가슴에 큰 못 하나 박힌 듯 그렇게 아리

면.. 그냥 울어, 주희야”

내 등을 토닥이는 언니의 손에 점점 힘이 없어지면서 언니는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래도, 노력하는 거야. 싫어져 헤어진 것도 아닌데 그냥 남매로 보자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노력하는 거야.. 하루에도 수십 번 많은 생각들이

오가도 그렇게 노력하는 거야. 그 사람 행복하라며 좋은 사람 만나라며

이야기하고… 그러다.. 그 사람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도 정말 그

사람 나아닌 다른 사람 만나 나는 그냥 가족처럼 느끼면 어떻게 하나 불

안해도 하면서… 그래도 노력하는 거야. 남은 기억이 있어서 평생 행복할

거라고 …그렇게 거짓말 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를 위로 하고 그 사람

맘 아프게 하면서도… 그러는거야.. 그래야돼..그래야 돼…”

언니의 말이 이상해 언니를 바라 보았을 때 언니 눈에는 이미 내 눈에

만큼이나 가득 눈물이 고여 있었고 그 눈은 멀리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날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눈이 마주치면

웃어보이곤 하였다. 내 눈 만큼이나 붉게 충혈이 되어 있는 언니 눈을 바

라보며 난 언젠가 이야기 해 준 언니의 사랑을 떠올렸다. 사랑한다 말도

못하고 끝난 … 언니의 사랑을 말이다.

그렇게 내 일상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 사람과 회사에서 마주치면서…

때론 외면으로 때론 눈인사로… 이제 상처가 없는 듯 행동하며 내 가슴

에 고스란히 상처를 키우면서 나는 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끔씩 내 가슴을 짖누르는 돌덩이의 무게에 숨을 쉴 수 없어 긴 한

숨으로 내 잦은 숨결을 달래고 있었던 내게 재수 오빠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희가?”

언제나 그렇듯 밝은 오빠의 목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와?”

“오늘 나온나. 오빠가 맛난거 사줄게.”

“싫다. 내 그냥 집에 가련다.”

사랑을 잃은 것이 그리 창피한 일도 아니건만… 사랑의 아픔이 있을

때… 밝은 태양의 빛을 받으며 거리를 걷는다는 게 힘겹다는 걸 나는 그

때 처음 깨닫고 있었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그리도 서글플 수 있다는

것도 나는 그즈음 처음 느끼고 있었던 거 같다. 그런 날, 태양이 여전히

밝게 빛나고 하늘까지 너무나 파란 날, 오빠의 말은 그리 썩 내키는 제안

은 아니었다.

“나온나. 오랜만에 오빠야랑 데이트 하자.”

내 기분을 달래주려는 오빠의 노력을 알았기에 끝까지 거절하는 것이 어

려워 시큰둥하게 오빠와 약속을 잡았던 거 같다. 사무실에서 계속 시간

을 보내다 10분 늦게 약속 장소로 나갔을 때 오빠는 그 선한 웃음을 내

게 보이며 나를 반겨주었다.

“뭐 먹을래?”

오빠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한껏 기분을 내게 해 주었다.

병원에서 있었던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는 빼고 그 가운데 느낀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주에 입원했다는 70세 할머니 이야기도 해주었

고 더불어 그 할머니 곁에서 자식보다 더 열심히 할머니 간호를 하는 할

아버지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 할아버지는 말이다, 할머니가 주무셔도 옆에서 꼭 손을 잡고 계신

다. 그거 보고 있으면 참 마음이 이상타. 아프기도 하고 흐믓하기도 하

고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고… 그렇다.”

“오빠야도 결혼하면 그런 할배 될 거 같다.”

나는 오빠의 따뜻한 표정이 좋아 그리 대답을 한 거 같다.

오빠는 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

“주희 니도 여기가 아프나?” 한 손을 가슴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그 할아버지꼐서 오늘 그러시더라. 자네도 여기가 아픈적 있나? 이리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 떠나보내려니 머리는 알았다 하는데 여기가 아프

다고 하시더라.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빠야, 아무래도 가슴이 머리보다 더딘가보다. 내도 머리는 알았다 카

는데 가슴이 아직 아프다. 이만한 돌덩이 하나가 가슴에 꽉 들어와 있는

거 같다. 화도 나고 허하기도 하고 그렇다.”

나를 말없이 바라보던 오빠는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입에 가져가며 장난

스레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빠야가 아무리 의사래도 지금 주희 아픈 거 고쳐주지 몬한다. 주희

니도 알재?”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던 거 같다.

“근데 말이다. 주희야..

울고싶으면 맘껏 울어라. 눈에 눈물 품고 살지 말고… ” 오빠 말에 고

개를 들어 오빠를 보았을 때 오빠는 며칠 전 수아언니가 보여준 눈빛이

되어 있었다.

“오빠야 이야기 해 주까?” 오빠는 그 눈빛으로 다시금 장난스레 웃으

며 큰 비밀을 이야기해주듯이 내게 몸을 숙이며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오빠도 한 사람 죽도록 사랑했다는거 아이가.

내 전에 말했재? 수돗가에서 본 아 이야기 말이다.



핑생 죽도록 사랑해도 안되더라.. 이 가슴에 따뜻한 물 가득 채워놓고

내더러 참으라더라… 그 물이 요기.. 요 코까지 와 버려 숨이 콱 막힐거

같아도 안된다카더라. 오빠야 울고 술마시고 그랬는데… 이제 사랑한다

말도 몬한다. 내 가슴에 다른 죄책감이 자라나 내 사랑 허락받을 사람이

없어져 버려 내 이제 사랑한다 말도 몬한다.”

오빠의 눈이 눈물을 품고 있었다.

“ 그 사람 눈이 지금 주희 니 눈이다. 그래 그 눈보고 있으면 오빠야 가

슴이 너무 아프다.”

나는 고개들어 오빠와 눈을 마주쳤다.

“오빠야 눈도 지금 내 눈이다.”

오빠는 살며시 … 조금은 쑥스러운 듯 내게 웃어 보였다.

“미안타, 주희야. 도와주지도 몬하고.. 그러면서 크는거다. 크는거야…

평생 크지 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그러면서 크는 거다.

사랑하고 아파하고…”

“오빠야, 우리 남매들은 다 불쌍타.”

“와?”

“오빠야는 죽도록 사랑해도 떠나보냈재, 갱호오빠야는 새언니 … 멀리갔

재, 내도 이렇재, 수아언니야도 사랑한다 말도 몬하고 보냈재 …

… 수아언니 눈빛도 오빠야 눈빛이다.”

오빠는 고개를 숙이며 내 눈길을 피했다.

“… 누나는 바보라서 그렇다.

참는 것만 배운 바보라서.. 그런거다.”

오빠는 서글픈 듯 화가 난 듯… 그리 이야기하며 멀리 허공을 응시했다.


>>>>>>

그래..

이렇게라도..

내게 큰 돌덩이처럼 내 마음을 억누르는 사랑이나..

아직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지울수 없는, 태연해 질수 없는 사랑이므로..

저렇게라도.. 나도 저렇게라도..

좋은 동생이 아니라구?

오빠가 사랑하는 동생이라구? 내가??

사랑하는??

동생??

어디에.. 비중을 두어야 할 지.. 모르지만....

우리 또 사랑하면...

헤어질지도 모르니...

이 사랑.. 나중에 예전의 사랑들처럼 덤덤해지는 때가 온다하여도...

수아처럼..

당신의 행복을 빌면서..

그렇게 오빠로서 바라보며...

동생이라는 명목으로, 애교도 떨어보고.. 땡깡도 부려보고..

그래야지..

당신 마음은.......

아직도 흔들리고 있으니.....



난, 당신이 나를 그냥 아는 여자 중의 하나가 아니라, 좋은 동생...

사랑하는 동.생.으로 봐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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