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시장에서...   미정
 맑았다 흐렸다 hit : 305 , 2000-12-25 10:51 (월)
짱이의 일기  --  2000. 12. 23       토요일        맑았다 흐렸다

남대문 시장에서

흰눈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여긴 어디?   /   음... 남대문 새벽시자앙!
내가 여기 온 이유는?  /  내일 있는 이벤트 행사 때문이지
근데 지금 왔어?   /  미루다 보니 오늘 왔지
그러게 미리미리 좀 하지  /  ㅋ ㅋ ㅋ  나니까...

남대문의 야시장은 역시나 사람들이 북적 북적거립니다.
음... 먼저 장식용품을 사고 나서 선물도 사야겠지.  무슨 선물이 좋을까?
커플 목도리?  아니면 커플 모자?  장갑?  살것도 많고 예쁜것도 많습니다.

발걸음을 돌리는 곳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분위기는 역시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다고 말 해주고 있네요.
갖가지 장식용품들과 전구들과 인형들, 사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디디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지갑 사정은 생각 안하고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번엔 조촐하게 장식 할 거니까 적당히 사자구...

그전 직장에선 남대문 시장에서 산 장식용품 들을 가지고 밤새 사무실을 꾸몄었죠.
시장을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더 재밌잖아요.
직원들과 신나서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면서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사무실을 꾸몄었죠.
그것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네요.
같은 과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M.T 갔었을 때는 장식용 트리가 없어서 동네 뒷산에서 나무를 아예 뽑아다 간적도 있었죠.
그때는 강원도 설악산 밑에 있는 콘도로 M.T를 갔었는데, 열차 탈때 나무를 가지고 타니까 사람들이 모두들 쳐다보더라 구요.  역시 좀 무식하죠?
서울 뒷산에서 가져온 나무를 잠시 행사에 쓰려고 강원도까지 가져왔으니...

노점상 아주머니가 저희를 불러 세웁니다.
총각들 요기좀 하고가.  금방 해줄게 어서와.  물론 참새 방앗간...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괜찮은 옷들도 구경을 하고 두루두루 쇼핑을 했네요.
역시 시장에 와보니 사람 사는 것 같고 활기가 넘쳐흐릅니다.
한아름 들려있는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벌써부터 가슴 설래입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사람들이 차선들을 점령하고 택시를 타기 위해 동 이름을 부르고 있네요.
술취한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연인들도 특히 많아 보입니다.
남대문 시장 앞을 지나 명동을 지나오는 길은 수백명의 택시 잡는 인파와 차들 때문에 섰다 갔다를 하고 있습니다.

내일 일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행사에서 분위기도 좀 내보고 재밌게 해야 할 텐데 유머감각이 별로라 괜히 더 썰렁해 지는건 아니지...
사무실에 돌아와 명단을 정리하고 준비물들을 꼼꼼히 챙겨봅니다.
부디 내일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즐거운 이벤트 행사가 됐으면 좋겠네요.
마음이 맞는 예쁜 커플들도 많이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서로가 찾는 인연을 만났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차 에 서

                          박정온

눈이 날린다
차가운 것이 유리에 와 닿는다.

제각기 가야 할 종점-
마음은 어느 하늘을 달리는가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고 가는
지친 몸짓도

어둡게 살아온 흐린 눈망울도
손을 잡으면 정다운 이웃들!

십 이월 하늘은 북구라파의 표정을 하고
눈발이 세차게 휘몰아 오는데

아무도 말이 없는
이 차가움 속에
누구의 기침소리인가
비늘처럼 가슴을 찌른다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용혜원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누구든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고
눈길이 통하고
언어가 통하는 사람과
잠시만이라도 같이 있고 싶습니다

살아감이 괴로울 때는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힘이 생깁니다
살아감이 지루할 때면
보고픈 사람이 있으면 용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사람은 많은데
모두가 바라보면
멋적은 모습으로 떠나가고
때론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외면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친구라고 불러도 좋고
사랑하는 이라고 불러도 좋을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김해강

학도 아니면서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춤을 모르는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날만 새면 뭇 참새
떼지어 지절대도
조으는 채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비바람
번개가 날리고 우뢰가 흘러도
천 년인 양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오욕과 허화의 도가니 속
어지럽고 시끄러운 실의의 나날에도
한가한 손님같이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어디를 가나
시장마다 악화가 판을 치고
흙탕물 도도히 거리를 휩쓸어도
오연히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해는 빛을 잃고
꽃밭은 향기를 잃고

눈이랑 무너지듯
하늘은 무너져도 무너져도
으젓이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금촉 화살에 심장이 꿰뚫려도
끝내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징그러운 비늘에 온 몸이 휘감겨도
그저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흙 썩는 냄새만
코를 찌를 뿐
바위틈 콸콸 샘 솟고,

하늘 한 자락 파랗게 깔린
아름다운 해 뜨는 동산
삼삼한 솔밭도 아닌데

춤 너울너울
빛 풍요로운
눈부신 아침도 아닌데

언제나 고고히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춤도 못추는 학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 여러분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고 좋은 추억 만드세요.

                                                                        - 오늘 짱이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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