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복권   미정
 흐리지만 포근 hit : 268 , 2000-12-21 20:41 (목)
짱이의 일기  --  2000. 12. 20                 수요일            흐리지만 포근

내 마음의 복권


며칠 전에 황급히 친구가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한 손엔 한화증권 CD가 들려져 있었고 한 손엔 핸드폰으로 누구와 열심히 통화를 하고 있었죠.
컴맹에 가까운 친구가 사이버 주식 트래이딩을 하자고 도움을 요청해 왔던 것입니다.
물론 도와는 주었지만 아직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친구라 하지 말라고 극구 말렸죠.
하지만 누구한테 들었는지 많은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이었어요.
지금이 바닥이야!  지금 투자해야해!!  하며 전에 없던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어요.

친구가 사려했던 똑같은 주식을 저는 며칠 전에 팔고 정리를 다 한 상태라 잊고 있었는데 친구의 말 때문에 기억이 다시 났네요.
제가 주식을 한 것은 올해 초 공모주를 조금씩 하면서부터 였죠.
그러면서 좀 더 많은 돈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손해를 봤답니다.
저는 제가 봐도 도박이나 돈놀이나 주식이나 뭐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처음의 횡재에 눈이 멀었던 거죠.
처음 했을 때는 잘 되서 일주일에 백만원 이상 벌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그것은 처음뿐이었어요.

잘 되서 이익을 얻으면 상관없겠지만 누구나 잘되진 않겠죠.
더 많은 사람이 잘 안되는 경우가 요즘이라 그것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사회가 어렵다 보니 요행심리가 많이 생기고 카지노 장이 성업을 이루고, 주식이 폭락했느니 , 누구는 돈을 몇 배로 벌었다느니 말들이 무성합니다.
마음이 황폐해 지고 돈의 노예가 되서 자칫 사리판단이 흐려질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직하게 벌어서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고 사는 사람이 더 많지만 세상은 잘못된 사람보다 횡재한 사람의 얘기를 더 많이 해서 나도 그럴 수 있다고 꿈을 꾸게 만듭니다.

며칠이 지난 오늘은 그 친구가 투자해서 샀던 주식이 폭락을 하며 손해를 많이 보게 생겼습니다.
제가 전에 가지고 있었던 주식이라 궁금해서 봤는데 그 친구가 마음 아파 할 것 같네요.
유리지갑 이라던 셀러리맨의 지갑이 성할 날이 없습니다.
몇 천원만 있어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몇 천원에서 몇만원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좀 안타깝습니다.
뭐 언젠가는 괜찮아 지겠지 하며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모르겠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은 지울 수 없습니다.

복권을 샀던 때가 있었죠. 그동안 사지 않던 복권을 사게 된 것은 돼지 꿈을 꾸면서 였죠.
돼지가 길에 떨어진 돈을 주워서 저희 집에 들어왔는데 누가 복권을 안 사겠습니까?
집 밖을 나가면서 젤 먼저 들른 곳은 물론  으흐흐흐....
뭘 했냐구요?  복권을 샀죠.
흐믓한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거의 당첨이 된 듯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죠.
신주 모시듯이 복권을 잘 간직하고 발표 날만을 기다렸죠.
숨을 죽이고 복권 발표를 봤지만 10장의 복권은 꽝 꽝 꽝!!!
꿈이 좀 서운했는지 오백원 짜리 세장은 되었네요.  햐~~~ 다행이다. -___-;;
혹시나가 역시나지...

아쉽긴 하지만 상상을 하며 지냈던 일주일은 나름대로 행복했었다고 자위합니다.
일등이 된다면...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실없이 웃어보고, 좋은일에 써야지, 차도 새차로 바꿔야지 했던 마음은 이젠 점심 값은 3500원 선에서 해결해야지 하며 구두쇠가 됐네요.
길에서 파는 복권을 살게 아니라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사행심과 요행심리부터 없애야 겠습니다.
여하튼 친구가 했던 주식투자는 이제 얼마 안됐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서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음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아침이 되면 또 변함없이 하루가 시작되겠지만 오늘만은 열심히 살리라 하면서 내 마음속의 성실이란 복권을 믿어봅니다.




바람이 오면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원태연

인간이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려낼 수 있는지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 순간 그 표정 모두를 떠올리게 해주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비오는 수요일 저녁,비오는 수요일에는
별 추억이 없었는데도 장미 다발에 눈여겨지게 하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멀쩡히 잘 살고 있던 사람 멀쩡한데도 잘 못 살게 하고 있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신이 잠을 자라고 만드신 밤을 꼬박 뜬눈으로 보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가사 한 구절 때문에
중요한 약속 망쳐버리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껌 종이에 쓰여진 혈액형 이성 관계까지 눈여겨지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스포츠 신문 오늘의 운세에 애정운이 좋다 하면
하루종일 호출기에 신경 쓰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썩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이름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그 날 그 순간의 징크스로 사람 반병신 만들어 놓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담배연기는 먹어버리는 순간 소화가 돼
아무리 태워도 배가 부르지 않다는 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목선이 아름다우면 아무리 싸구려 목걸이를 걸어주어도
눈이 부시게 보인다는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그 여자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는
그저 모든 이유를 떠나
내 이름 참으로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만 사랑하다 가겠습니다.





         사랑받지 못하여
                                                  마광수

님이여, 저는 아주 키가 작은 나무이고 싶어요.
우리들은 모두 다 외로움의 대지에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들입니다.
나무들은 모두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어요.
그래서 대지와는 정반대 방향인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지요.
키가 비슷하게 작은 나무들은, 서로의 가슴위로 불어 가는
크고 작은 바람들을 함께 알아요.
모두들 외로움에 깊게 지쳐 있기 때문에
나무들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키가 큰 나무들은 그 큰 키만큼
고적하고 외롭습니다.
하늘만을 바라볼 수 있을 뿐,
서로가 마주 보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나무가 적으니까요.
님이여, 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한낱 잡목이고 싶어요.
키 큰 나무는 되고 싶지 않아요.
비록 아무 의미도 없이 쓰러져 땅속에 묻혀 버린다고 해도,
저는 그저 외롭지 않게 한세상을 살며
꿈꾸듯 서로 바라보며
따사롭게 위안받을 수 있는
그런 많은 이웃들을 가지고 싶습니다.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류시화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 만일 당신이 진실로 얼마나 부자인지를 알기를 원한다면, 만일 당신이 오늘
    밤에  당신이 가진 모든 돈을 잃는다면 내일 당신에게는 무엇이 남게 될 것
   인지를  살펴보라.
                                                            보에트거 (Wm. J. H. Boetcker)

                                                                        - 오늘 짱이의 일기 끝.
          
홈 : www.hanealin.co.kr    멜 : hanealin@hananet.net
   남대문 시장에서... 00/12/25
   목요일의 여유 00/12/24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00/12/22
-  내 마음의 복권
   규칙과 습관 [1] 00/12/20
   인생은 기다림? 00/12/19
   당신은 슈펴맨이 아니에요 0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