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시안 블루님의 "독서스크랩 - 건투를 빈다"를 읽다가 몇년전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작가 김형경이 마흔을 앞두고 전 재산이었던 아파트를 팔아 훌쩍 여행을 떠났다가 2년간의 여행에서 돌아와서 발표했다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모든 인간관계는 권력관계에 기반한다"는 인문사회학적인 이론에서 착안했는지 "사랑의 본질도 권력욕"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이 책에 있다. 사랑의 속성을 조명하는 새로운 각도의 접근이라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성의 관심과 마음을 끄는 매력이 다름 아닌 그 사람이 지닌 권력이라는 것이다. 연인관계에도 매력(권력)을 더 가진자와 덜 가진자 사이의 역학관계인 권력관계가 존재한다는 것.
그녀의 다른 책 <사람 풍경>에도 나오듯이,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이 매력은 각기 사람마다 다르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의존적인 사람은 엄마처럼 자신을 잘 보살펴줄 사람을,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미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거나 하는 식이라는 거다.
또한, 선택을 할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존에 더 절박하다고 느끼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아니면 살 수 없다 혹은 사는 게 무의미하다, 라고 느끼는 것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선택의 대상도 각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나는 그가 절박하게 필요한데, 그는 나를 그 정도로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 - 사랑에 있어 유일한 난관 혹은 비극은 이런 경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그녀의 글에서 공감이 가고 기억에 남는 말들은 이런 것들이다.
"사랑은 날 것인 자신과 직면하게 되는 가장 에누리 없는 방식이다."
- 사랑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추악함을 신물나게 경험하고 자각하게 된다는 얘기.
"사랑은 분명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게 투쟁하는 일이고 그것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었다."
- 사랑은 분명 피나는 투쟁의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이러한 자아 확장, 더 나아가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게 해줄만한 다른 어떤 것도 나는 알지 못한다.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주는 그녀의 조언은 이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사로잡히기 보다는 무엇보다도 자아발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상대방의 성장과 안녕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초연함을 연마하라는 것.
-그녀식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권력(매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비결을 제시한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