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모두 다 괜찮아'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5분만 하던 일 다 멈추고 눈을 감고 '마음'을 관찰해보라고 하길래 해봤다.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있었다. 기본적으로 명치깨는 먹먹하다. 코로 숨을 들이쉬면, 가슴에 공기가 꽉 차고, 공기가 걸리는 목구멍 입구 부분과 가슴께 명치가 답답한 건 내 고질병이다. 그 다음엔 '걱정'이 떠오른다. 요즘 내 걱정은 동아리에 들 것인가 말 것인가다. 동아리에 들지 않으면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니까 동아리에 하나 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 동아리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 '왜'냐고 물어보니까 '늦게 끝나서 집에 가기가 부담스러워.' 라는 대답이 되돌아 온다. 핑계라는 걸 안다. 다시 물어 본다. '그거 말고. 너 친한 사람들이랑 늦게까지 노는 건 좋아하잖아.' 다시 대답한다. '너무 학술적이야. 나는 그냥 노는 분위기가 좋아.' 이것도 핑계다. '서로 안 친해 보여.' 이것도.
결국엔 실토한다.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만나고 싶지 않아.'
뭔가가 두렵다. 도대체 뭐가?
낯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에 들어가는 게 두렵다. 그래서 나는 항상 진급이나 진학을 하면 학급 임원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존재감을 확립해보려는 시도다. 뭔가 나에게 이름이 있어야만 나는 안정감을 느낀다. '구성원 중의 한 명'은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도 아니다'라는 말과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친해지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 않다.
왤까? 왜 구성원 중의 한 명이 나에게는 위기로 다가오는 걸까. 왜 친한 사람이 한 명 옆에 붙어 있지 않으면 다른 친구를 마음 놓고 사귀지 못하는 걸까?
내가 이상해 보일 것 같다는 두려움. 나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다들 나에게는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
그럼 어떻게 해야 그런 생각을 안 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너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자. 편하면 편하게 있고 불편하면 불편하게 있고 나는 어렸을 때 너무 남한테 해코지를 많이 받았어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시무룩해 있으면 아버지는 아버지 앞에서 표정이 그게 뭐냐고 그랬어. 내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는 물어보지 않고. 나는 그냥 앞을 보고 다니는 건데 선배들은 나를 보고 째려본다고 뭐라고 했어. 하지만 그건 내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야. 나는 이제 다 컸고 그런 사소한 일들로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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