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 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작은 몸짓 ........ 거기에 삶의 찬란한 의미를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배어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나올 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그날의 공기, 그날의 꽃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 거야. 그러니 사랑한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 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 가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 뿐 사랑함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식" - 서영아
러페에서 보고 옮겨온, 시현님이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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