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로스   요긴하고 중요한.
 황사. 목아프고 졸림. hit : 3168 , 2011-05-02 17:34 (월)

- 테제 1 : 사랑하는 대상이 바로 나다.
복수의 씨앗인 그 사랑과 헌신이 자신이 '원해서' 한 짓이라는 사실. 누가 시켜서, 혹은 누가 강요해서 한짓이 아니란 사실이 결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심한 배신을 당했다 할지라도 애초 모든 사건이 자신으로부터 비롯했음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인이 도리때, 사랑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열심히 사랑한 다음, 그 대가로 천국에 가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행위자체가 천국인 것, 거기에는 배신과 복수 따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사랑은 보상과 대가가 필요하다. 내가 해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보답을
받아야 한다. 희생과 복수의 공식구가 등장하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나와 사랑과 대상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발생한다. 각자 따로 존재하다
서로 플러스 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 테제 2 : 실연은 행운이다.
그뿐 아니라, 인생 또한 끊임없이 변곡점을 통과해야 한다. 한번 변곡점을 통과할 때마다 인생은 전혀 다른길로 접어들게 되어있다. 그 때 케케묵은 인연에 발목이 잡힌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그러니 그 이전에 나를 버리고 떠나준다면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리고 또 하나, 차는 것과 차이는건 동일한 사건이다. +- 방향만 다를 뿐, 일종의 어긋남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선 다를게 없다. 단지 역할만 다른 셈이다.
그리고 결별의 진짜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사랑할 때 아무 이유가 없었듯이. 헤어질 때 역시 마찬가지다. 굳이 원인을 찾는 다면, 시절인연이 어긋난 탓이라고 밖에는. 어떤 사건들 때문에 헤어진다기 보다 헤어질 때가 되어서 그런 사건들이 일어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 테제 3 : 에로스는 쿵푸다!
 앎의 크기가 내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앎의 열정이 없는 존재가 운명적 사랑을 한다는 건 우주적 이치상 불가능하다.

154p 기존의 나로부터 떠날 수 있다면, 다시말해 나의 세계관과 습속의 배치를 바꾸어준다면,
그것은 폭풍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강하게 불어닥친다 한들 그건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진정,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나를 멸망시킬 용기가 있는가?"

가장 먼저 자신의 몸과 정직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상대를 유형화 해서는 끊임없이 편법만 나온다. 자신을 유형화해야 한다. 상대는 내가 만드는 것"(농담) 이다. 자신의 몸이 어떤 정서적 감응을 연출하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몸의 흐름과 진동, 고양과 추락 희노애락의 파노라마 등등. 또 사랑의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마음의 굴곡과 마디들도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상생하는 연애의 비법은? 나를 관찰하고, 상대를 관찰하고, 몸과 마음의 간극을 줄이는 것!

양생=정의 보존. 마음과 몸이 함께 열려야 가장 편안하게 외부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점에서 정의 보존과 양생의 기술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아주 역설적이게도 사랑이란 감정은 출발부터 이기적인 욕망에 기초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ㅎ나다는 마음을 잘 들여다 보면, 사실은 대상이 나에게 기쁨 혹은 쾌감을 준다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만큼,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만큼, 내가 끌리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사랑은 이미 사랑을 하는 그 순간에 충분히 보상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런 이기적 관계로 출발했음에도 어느정도 진도가 나가게 되면, 마치 내가 대상을 위해 먼가를 '준다' 라고 하는 전도가 일어난다. 희생과 헌신이라는 미덕이 작동하는 지점이 여기다. 그 순간부터 사랑은 본격적으로 소유와 독점의 관계로 접어든다. 내가 주는 것과 상대가 나에게 주는 것을 서로 비교하고 따지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교환관계로 돌입해 버리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 치명적인 어긋남이 시작된다. 질투와 시기, 맹목적 집착이 둘 관계를 장악해 버린다.

더 심각한건 그 별리가 미련과 원한 복수심을 불러온다는 데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 반드시 이 지점에 대한 공부를 깊이있게 해두어야 한다. 죽음을 깊이 통찰할 수 있어야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장 핵심적인 건 사랑 자체를 "실체화"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절대화하는 만큼 결별의 고통과
번뇌는 엄청나게 증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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