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즈>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세 여자가 싸울듯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만약, 내 인생에 사랑했던 세 여자가 한자리에 만난다면 ? 모두 좋은 사람이었지만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계면쩍다.
세번 모두 사랑한단 말대신, 황지우의 싯구절을 따 "너와 같은 병에 걸리고 싶어"라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내 사랑은 감기와 함께 시작되었구나
그러나, 늙어가는 아내여. 아는가 그대를 포함해 세번 모두 간절했고 진심이었음을...............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 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내리는 잡목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달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 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의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 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 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 에탐부톨: 결핵균에 효과가 있는 합성 약제 * 스트렙토마이신: 주로 결핵치료에 쓰이는 항생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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