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없는 비스킷 │ deux. | |||
|
오래간만에 다시 맛없는 비스킷을 집어들었다. , , 나의 부모는 작년 10월에 부부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나와 내 동생은 어머니의 슬하로 들어갔고 아버지는 양육비를 보내기로 했다. 한 달에 100만 원.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되어 입금된 돈은 60만 원. 어머니가 약속한 것과 다르지 않냐며 전화를 하니 한다는 소리는 '불경기라 어렵다.' '나는 뭐 먹고 사냐.' '하나가 벌지 않느냐.' '100만 원 주면 나는 뭐 먹고 사냐.' - 이렇게 적어놓고 나면 별 일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와 내 동생, 어머니에게는 그다지 가벼운 일이 아니다. 당장의 생활과 나의 학자금을 차치하고서라도 마지막까지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한 마음의 상처가 훨씬 더 크다. 도대체 그것에 대해 여기에 뭐라고 써야할 지 아직 정리도 다 되지 않는다. . . 다만 나와 엄마는 이제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지난 주 금요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다녀왔고 나의 경험을 들은 상담자는 고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제와 고소까지 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사과나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담자는 차차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 .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동안 내가 가져왔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연막이 완전히 걷혔다. 그리고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겪은 일 그가 나에게 한 일 그가 나와 엄마와 내 동생에게 준 상처. 그 모든 것들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 . 나에게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에게도 상처를 주었고 불행을 안겨주었고 죄를 지었다. 딸을 성폭행 했으며 아내를 폭행했고 자식을 책임지지 않는다. 제아무리 생명을 가진 인간이라 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더라도 그것이 존중될 만한 선을 넘어섰다. . . 더 이상은 참지 않으려 한다. - 사실 그동안은 어차피 피해본 사람은 나 한 명인데 내가 짊어지고 살면 되겠거니, 아버지란 사람은 나에게만 지독히 나쁜 사람이었고 세상의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그저 나만 참으면 되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래서 억울했지만 그저 참았다. 실체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도 그 일로 인해 매우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는 내가 당한 일에 대해서 내 동생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만큼은 모르고 있었다. 병들고 상처받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것, 사실은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운이 나빴던 게 아니라 그의 행동이 나빴다는 것을 나는 이제 인정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지 적절한 행동을 취하려 한다. 일단 지금 생각하는 것은 고소. 엄마와도 의논을 끝냈다. 다음 주에 상담소에 가서 상담자와 고소와 관련된 상담을 해보기로. . . 또다시 폭풍이 찾아올 듯 하다. 이 폭풍이 지나가면 진실된 행복이 찾아오기를.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