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이질감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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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런 어둠이 비롯되는 걸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았다. 문득, '근본적인 이질감'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질감' 때문이다. 울트라다이어리에 들어와 사람들의 일기를 읽는 것도 마찬가지. 잠 못 이루는 새벽 우울한 오후 페이스북에 들어가 울트라다이어리에 들어와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글들을 읽다보면 나만 이렇게 우울하고 힘든 게 아니구나, 라는 점에서 위안을 얻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힘들 수 있다고. 나도 그런 거라고.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 희소한 상처는 나를 그 누구와도 동질감을 느낄 수 없게끔 만든다. 나는 근본적으로 남들과는 다른 상처를 안고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 해도 여의치가 않다. 내가 갖고 있는 여간한 문제는 모두 이 성폭행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원인은 자명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거니와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는 문제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남자가 꺼려져요, 라고 상담을 하면 사람들은 이유를 묻는다. 이유를 말해줘야 상대방도 뭔가 의견을 말해줄 수 있을텐데 나는 '성폭행' 때문이라고는 차마 이야기할 수가 없다. 다른 모든 문제들도 마찬가지. . . 결국 나는 이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경험때문에 세상과 괴리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세상과 나와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 - 상담을 계속해서 받으면 되는 걸까? 그래서 고소를 하고 내 지난 날에 대해서 그렇게나마 보상을 받고 나면 나는 그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이 밤에 이불 위에 누워서 생각하건데,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이 정도까지 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까지 완전하게 망칠 수 있을까. . .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 아무튼 이 근본적인 이질감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우울에서도 잘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질적인 경험을 안고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 두려운 일이다. 새어나갈 지도 몰라서. 언제나 무언가를 숨겨야 한다는 것 때문에. 사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불변의 비밀이 나에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근본적으로 이질감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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