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보내며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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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나누던 사람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던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 방식이 카카오톡이라는 제한적인 방식이어서 나는 늘 답답했지만 핸드폰으로는 음악만 듣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이. 그런 사이였던 사람이 '있었다' 사실은 오늘 아침까지 연락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끊어졌, 아니 끊었, 모르겠다. 하지만 어쩄든 하지 않는다. . . 나에게 잘 해주면 한 없이 기분이 좋았다. 챙겨주면 만져주면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았다. 운전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고 술 취한 모습은 귀여웠다. 꼭 한 번 술을 마시고 나에게 전화한 적이 있었는데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는데 나보다 네 살이나 많은데도 참 귀여웠다. . . 다른 사람에게 잘 해주는 모습은 정말 싫었다.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도 정말 정말 싫었다. 나하고 이야기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야속했다. 좋아했다면 좋아한 것 같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리고 이번엔 나름 조금은 표현해본 것 같다. 징징거려도 보고 자는 척 어깨에 기대도 보고 카톡 답장도 꼬박꼬박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피하지도 않고. 눈치 빠른 친구들은 눈치 채고 잘해보라며 옆구리를 찌를 정도로 티도 내봤다. . . 그러나 나는 아직 뭐가 부족한 거고 뭐가 문제인 건지 이번 버스도 안녕, 인 듯 하다. 사실 처음부터 아슬아슬하기는 했다. 이번 버스는 잘 하면 보내야할 수도 있겠다,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타 보려고 잡아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는데 버스를 탈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에 전력질주를 하지는 않았다. . . 그냥 내가 누군가를 잡으려 전력질주한다는 것 자체가 나는 무서웠다. 이게 무슨 느낌일까, 모르겠다. 지는 느낌? 자존심 상함? 돌려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남자가 나에게 매달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 내가 더 많이 받고 싶은 느낌? . .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고 치부하기에는 그 사람에게 미안해서. 어쩌다 나 같은 여자애에게 관심을 가졌는지, 이렇게 겁 많고 조건 많고 줄 줄 모르는 애한테 관심을 가져서- 아니면 내 잘못이 아닌 건지. 그 사람이 지나치게 애매하게 굴었는지. 내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고 자꾸만 자기는 아직 여자를 만날 마음이 없다느니 CC는 귀찮을 것 같다느니 나보고 남자친구를 사귀라느니 그런 식으로 툭툭 이야기해서 나를 상처 받게 만들고 거리를 두게 만든 게 그 사람의 서툶이었는지. . .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서 '안녕' 이라고 함부로 손인사는 하지 못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제는 더 이상 그 손길을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홀가분하다는 것. . .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지도 말자. 그냥 썸이었고, 내가 기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내가 마음이 떠버린 그런 아주 단순한 세상에서 하루에 수 천 번도 더 일어나고 있는 그런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하자. 이런 일들이 내 일상에 들어온 것만으로 만족하자. 남자와는 이야기도 하지 않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그 사이에 수 많은 남자들과 친구가 되었고 이제 여자보다는 남자가 오히려 편할 때도 있는 그런, 전과는 완전히 다른 내가 되었으니까. 그러다가 사람도 좋아해보고 포기도 해보고 그리고 또 좋아해보고 이번에는 서로 관심도 표현해보고. 그러다가 아니다 싶어 관둬도 보고. 이런 일상들이 나한테도 생겼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조금은 늦게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가 오기를 기다려야지. . . 다만 내가 버스를 왜 못 탔는지 그게 과연 단지 내가 타고 싶지 않은 버스였기 떄문인지는 고민해봐야겠다. 타고 싶은 버스였는데 타야하는 버스였는데 겁을 내서 못 탄 건 아니었는지. 내가 손을 흔들지 않아 버스 기사가 버스 정류장을 그냥 지나친 건 아니었는지. 아니면 버스가 나와 맞지 않는 버스였다거나 버스 기사가 내가 흔드는 손을 보고도 버스를 세워주지 않았다든지 하는 그런 문제는 아닌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지나면 알 수 있겠지. 어쨌든 지금의 내 상태는 버스를 보내놓고 평안해진 상태다. 조금 더 느릿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운전하는 버스를 기다려봐야지. . . 안녕, 버스. 기다리며 설렜었고 탈까말까 고민하면서 답답했었고 지나가버려 속이 시원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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