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서 미칠 것 같다.   deux.
  hit : 2700 , 2012-08-31 16:39 (금)


몇 시간 내내 우울에 빠져있다가
햇볕 아래서의 산책과
바나나 우유와 초콜릿 덕분에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내 몸은 또 도파민을 원했으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라서
수월치 않았다.

그래서 또 독감처럼
우울을 앓다가
이제야 조금
괜찮아졌다.



우울해 미치겠다.
내가 왜 여기에 앉아 있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
나도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만나고 싶고
공부를 하고 싶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경험을 쌓으면서
인간적 성장을 이루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적 성장이라고는 있을 수가 없는
곳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우울해서 미칠 것만 같다.


왜 나는
정체되어 있어야 하는가.



부모가 원망스럽다.
나를 평생동안 유린하고
망쳐놓은 주제에
이제는 경제적인 책임마저 저버린
아버지라는 사람이 밉고 증오스럽다.
마찬가지로 나를 제 때에 구해주지 못하고 방치했으며
심지어는 이제와 고소하려니 그 남자가 조금은
불쌍하기까지 하다고 하는,
내가 돈이 없어 용돈을 조금 달라고 하면
몇 달 전에 빌려간 십만 원을 왜 안 갚냐고 하는,
내가 식대를 월급으로 받기 위해
도시락을 싸 다닌다고 말을 하면
쌀값은 생각 안 하냐고 하는,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나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그 남자에게
나더러 전화를 해서 돈을 받아내라고 하는,
그래서 나는 도저히 정상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엄마라는 사람이 밉다.

둘 다 밉다.
미친 듯이 밉다.

나는 왜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지
저주스럽다.

자신들의 문제를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른 탓에
나는 이렇게까지 고통 받고 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생명을 갉아먹으며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날마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으며
날마다 다른, 날마다 변화하는 일상을 살고 싶다.
다양하고 질 높은 경험을 통해서
나의 인간적인 부족함을 채우고
사랑과 삶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


그런데 그게
망할 돈 때문에 좌절되었다.


내 앞으로 달려 있는 수 백만 원의 학자금 대출.
지금 나는 한 달에 40만 원씩
대출받은 등록금을 갚아야 하며
세 달치가 연체 돼 있고
이제 내달 18일 이면 또다른 학자금 상환이 시작되어
나는 내년 3월 까지는 한 달에 70만 원씩
그리고 4월부터 9월까지 한 달에 30만 원씩
돈을 갚아야 한다.




내가
경제인이란 말인가.
이제 갓 21살이다.
시간을 파는 수밖에는 없는.
내가 가진 기회를 몽땅 팔아야만
돈을 벌 수 있는 나이와 경험밖에 안되는 내 등에 지워진
수 백 만 원의 빚.
저게 다가 아니다.
만약 내가 내년에 학교에 다니고 싶다면
또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놈의 집에서 벗어나고 싶고
학교가 멀어 학교 근처에 다니면서
후회 없는 학교 생활을 하기 위해
자취를 하고 싶다.
그런데 하루 죙일을 일해서 모을 수 있는 돈은
540만 원.
등록금 350만 원.
자취를 한다면
보증금과 월세, 그리고 생활비가 필요한데
택도 없다.


.
.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
나는 욕심쟁이인 걸까?


많은 것을 갖고 싶은 것은 아닌데.
나는 그저 경험을 원할 뿐인데.
성장을 원할 뿐인데.
인간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을 뿐인데.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있고 싶은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대학에 다니면서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욕심이 과한 걸까?
이 모든 걸 내려 놓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
.


머리가 복잡하다.
해결해야 할 일
내가 짊어져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나에게는 지나치게 업이 많다.


조금만 더 가벼웠더라면
조금만 더 적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나는
신(神)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테고
애인에게 기댈 수도 있을 테고
엄마 앞에 주저 앉아
올바른 말투로 나의 이야기를 하며 목 놓아 울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신(神)이 되고 싶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모든 꼬인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신(神)이고 싶다.



.
.



하지만 나는 신이 될 수는 없겠지.
그래서 나는 할 수 없다,
고 마음 먹었는데
그래도 잘 안 된다.
오랜 시간 나는 신이 되고 싶었기에.



.
.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해져야겠다.
돈과 관련해서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다지 대단한 능력도 없는 내가
벌 수 있는 최대한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들어왔으며
하루 종일을 바쳐 일하고 있다.



그래도 주말에는 쉰다.


조금은 현명하게 살아볼까?


덫에 걸렸어도
다른 한 발은 자유로우니까.


이번 달에는 한 푼도 없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야.
그냥 주말에도 집에나 있어야겠지.
돈을 달라고 하면
엄마도 또 돈이 없다고 할 테니까.
내가 더 화가 나는 건
나한테 줄 돈은 없으면서
친구들과 밥 먹으러는 잘 다니고
이것저것 화장품도 잘만 사고
그런다는 것이다.
그래,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 정도는 쓸 수 있어도
내게 줄 돈은 없다는 거겠지.
됐다.
바라지 않는다.
바라지 않는 편이 내 맘이 편하다.


자꾸만 이렇게 살면
당연한 것도 바랄 수 없게 되고
극단적으로 권리 의식까지 사라져버려서
사는 데에 지장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 내가 살아야겠으므로
나는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
.

아무튼.

이번 달은 그렇다치고
한 달만 참으면 되니까.
다음 달부터는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자.
돈 없다고 연락을 끊었던 고등학교 때 친구들.
대학교 때 친구들.
돈 생겼으니까
한 명이면 한 명
몇 명이면 몇 명
모여서 수다도 떨고
놀러도 가고 그러자.


사람 만나지 않는 날에는
혼자서 여행도 가보고.
벌어서 뭐할 거야.
죄다 내년을 위해서 저축할 수는 없잖아.
지금을 위해서도 써야지.


내가 지금까지 우울이 터진 건
내가 지금 다음 순간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죄다 갖다 바쳤다는 느낌,
때문이었어.


그러면
지금도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면 되잖아.
이렇게 된 바에야
살아내면 살아지는 거야.
바로 지금의 행복을 보는 거야.
자꾸만 머릿 속으로 앞으로 어떡하지,
답이 없어,
하면서 괴로워하거나 우울해하지 말구
그냥 차근 차근 바로 지금 내딛는 발자국하고
바로 다음 발자국을 생각하자고.
시선을 항상 저 멀리에 두고
거꾸로 경로를 정하니까
걸음걸이가 이상하잖아.
제대로 걸어야지.



바로 이 순간을 생각하기.
한 시간 후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의 기분과 행복을 생각하기.
그러면
행복해질거고
살아질거고
괜찮은 답이 나올 거야.



.
.


지금 나는 속이 시원해지기 위해서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어.
잘 하고 있어.
지금을 위해서
나는 글을 쓰고 있어.


글을 쓰고 나서는
청소를 할 거야.
그리고 청소를 하고 나서는 저녁을 먹겠지.
저녁을 먹고 나서는
운동을 할 거야.
기분 좋게 운동을 하고 나서는
오빠한테 전화를 해야지.
조금 늦은 시간이겠지만
나는 일이 끝나면 우울하니까
오빠 목소리라도 들어야겠어.


그리고 밤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게 퇴근하면
나는 피곤해서 잠이 들겠지.



내일은 이모부를 만날 거야.
이모부가 얘기 좀 하쟤.
이모부 만나서 그동안 힘들었던 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좀 풀고 그러자.
일요일엔 무얼 할까.
돈도 없고 오빠도 못 만나니까
뭔가 나를 위해서 즐거울 만한 일이 있을까?
아, 산에 가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할머니랑 엄마랑 동생이랑 외식을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지금 써야 하는 글 몇 편을 마무리하고.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있어.
18일에 다음 학자금 대출이 시작되지 않도록 하려면
얼른 120만 원을 구해야 해.
땜빵을 해야
돈을 안 갚을 수가 있단 말이지.
일단 엄마한테 얘기를 하자.
어쨌든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가 없어.
나는 지금 당장 이 돈을 마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갚을 수도 없으니까.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자.
다른 건 다 제쳐놓고.
이게 먼저다.


그리고 다음 주가 시작되면
공부를 해야지.
여기서는 시간이 많으니까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하는 거야.
그러면 시간도 잘 가고
우울할 틈도 없을 거야.
내가 잘 하는 것 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공부하자.
자격증 공부도 하고.
그러자.


내일하고 내일 모레
다음 주에 공부할 거 계획짜고
준비도 해야지.



.
.


다음 달엔 누굴 만날까.
이따 사람 오면
월급날 언젠지 물어보고
약속 잡아야지.






.
.





조금
살아있는 것 같아졌다.
:-)
Pink Story  12.09.02 이글의 답글달기

힘내세요!... 힘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것 같아요^^...

   표출 [1] 12/09/01
   감정의 배설물들 12/09/01
   개인적 바람과 사회적 관심 12/08/31
-  우울해서 미칠 것 같다.
   분노, 원망 [2] 12/08/31
   검색 [2] 12/08/31
   분석 중지 12/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