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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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다 오빠와 개천절 날 만나서 어디서 뭐하고 놀 건지 이야기하는데 별로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없는 내가 싫다. 오빠가 곤란해하는 것 같다. 자기랑 놀기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늘 피곤하고 귀찮은 모습만 보여서 미안하기도 하다. . . 그런데 내가 원래 그렇다. 어디 그렇게 막 놀러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잘 안 다니는 스타일.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가고 싶은 곳이 막 생길리는 없다. 나는 그냥 보고 싶을 뿐이다. 특별한 걸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보고싶은 마음 뿐. . . 뭐 그런데 오빠도 딱히 가고 싶어하는 곳은 없다.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 나랑 똑같다. 그렇다고 내가 뭐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다. . . 왠지 여자가 이런 건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떻게 보면 남자가 리드해주는 것도 좋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냥 둘 중 아무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면 되는 것이다. . . 나는 지나치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주의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나다. 나는 언제나 그랬다. 친구들이 내가 사는 곳으로 놀러온대도 '그래 와라' 그리고 동네 구경을 시켜준대놓고는 '어디 갈거야?' 하고 물어보면 '아무데나.' 라고 이야기하곤 그냥 뱅글뱅글 돌다가 찜질방에나 들어가곤 했다. . . 원래 잘 돌아다니지 않는 성격이고 잘 놀지도 않는 성격이다. 그냥 가끔씩 친구들이랑 집 근처에서 만나기나 하지 어디 멀리 가서 논 적도 별로 없고 그래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별로 가고 싶은 곳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가끔 가고 싶은 곳이 생기지만 그곳은 내가 혼자 가보고 싶을 뿐 같이 가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미안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이게 나인 듯. 창피해 할 필요도 없고. 응응. 그냥 이게 나인 듯. 한창 놀 때인 대학교 1학년 때는 주말 아르바이트에 학교 생활에 학교 친구들과 학교 근처에서는 자주 놀았지만 어디 멀리 간 적은 없었다. 그리고 2학년이 될 나이에는 학교를 잠시 쉬고 일만 했었다. 친구도 하나도 만나지 않고 연락도 끊고. 그런 생활을 나는 내심 창피하게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친구들이 많고 늘 하루 하루가 다르고 어디든지 놀러 다니는 생활을 동경해왔던 것 같다. 틈 나면 친구들 만나는 오빠가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은 '돈이 없으니까' 라고 위로했는데 이제는 돈도 생겼다. 다만 돈과 여유가 생긴 게 하도 오랜만이라서 놀아본 지가 하도 오래되서 아직도 놀려면 뭔가 불안하다. 하지만 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조금 적응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친구들이랑 놀다보면 자연스럽게 오빠랑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생기고 그렇겠지. 지금은 그냥 나는 아무하고도 뭘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그냥 지금 재수하고 있는 친구하고 여행이나 한 번 같이 하고 싶은 정도? . . 이게 원래 나인데 나는 조금은 이런 나의 모습이 창피하고 자신 없나보다. 그래서 잠깐 오빠가 엄마와 이야기하려 전화를 끊은 사이에 울다에 적어내려 본다. 찌질한 일기. 하지만 이렇게 하면 마음이 조금 달래지기에. . . 롯데월드를 가자고 한다. 딱히 신나지도 않고 그냥 그렇다. 오빠 만난 지도 오래됐고 딱히 누구랑 나가서 논 것도 오래됐고. 그래서 그런 것, 같은데. 아무튼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오빠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다. 하여튼. 다른 사람들한테는 자존감이 어느 정도씩 생긴 것 같은데 오빠 앞에만 서면 자존감이 현저히 낮아진다. 에휴 아무튼. 중요한 건 전혀 미안해하거나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는 점. 이건 서로 사이에 무례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아주 단순한 거야. 그냥 나는 지금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나지 않는 것뿐. 아는 곳이 별로 없으니까. 그냥 나는 늘 내가 사는 동네에만 있으니까. 그것 뿐이야. 오빠랑 놀면 항상 서울까지 나가니까. 오빠는 서울이랑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자주자주 다녀서 이곳저곳 아는 지 몰라도 나는 아는 곳이라고는 여기밖에 없으니까. 응응 그런 거야. 조금 다른 거야. . . 나는 뭐 어디 돈 쓰는 데 가지 않아도 어디 가서 앉아서 이야기하고 그런 게 좋은데. 그렇게 아무 곳에서나 만나서 앉아서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할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은 것 뿐이고. 가끔 이렇게 별 것 아닌 걸로 많이 많이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 응응 그런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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