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title │ deux. | |||
|
오늘 하루도 약국에서 보냈다. 약국에서 일을 하는 것은 내게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 고민을 하고 있는다. 내가 왜 지금 이 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내 가치를 발현시킬 수 있는 곳에 가 있고 싶은데 내가 지금 약국 '따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사실 이런 일은 하찮다. 물론 약국이 없다면 아픈 사람들이 약을 먹을 수가 없어 곤란하겠지만 이런 약국 같은 것은 세상에 별다른 뜻이 없고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은 아니다. 나는 조금 더 크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공부도 더 하고 싶고.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내가 뭐가 그렇게 잘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약사님들을 보면, 물론 하루 종일 약만 만들다가 집에 가기는 하지만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고, 나름의 삶을 유지해 가고 있다. 그리고 핸드폰에는 남편을 '내사랑'이라고 저장해놓고 하루 종일 아이들 생각을 한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이 일 하는 내 또래의 직원이 있는데 이 직원에 대해서 나는 아르바이트나 하며 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동생을 정말 정말 사랑하고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고 손편지를 쓸 줄 아는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나보다 7살이 많은 직원 언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28살이나 되었는데 약국이나 사무직을 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꿈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는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약국에 찾아오는 아기들, 아버님들, 어머님들 여러 사람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참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어딜 가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한들 자기 주변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사는 언니만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항상 이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반복되는 일상, 큰 의미가 없는 일상, 그저 돈을 위해서 시간과 노동을 파는 일상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가정을 더 잘 돌보고 주변의 사람들과 더 깊은 정을 나누는 것 같아 보여 혼란스러운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아직 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나는 외롭고 외로울 뿐이다. . . 아무튼 중요한 것은 적어도 약국은 나의 일터는 아니라는 것이다. 왜 나는 이렇게 아르바이트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충만함을 느끼지 못하는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게 당연한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돈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평소에 약이나 약국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뜻도 없다. 그리고 나는 기질적으로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밝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나는 상처가 없는 ㅅ람들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한다. 나와는 다르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금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상처가 있거나 아니면 나의 상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런 사람들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 종일 어딘가 현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느낌인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직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없고, 약국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니고 단지 돈 때문에 하는 일일 때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지를 찾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 . 아무튼. 약국은 좀 싫다. 사실 어디든지 싫지만. 오늘은 또 하루 종일 약을 포장하고 접수를 받았다. 도대체 이게 나의 인생과 나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같이 일하는 언니랑 대화하는 것이 조금 즐거웠을 뿐이다. 이 사람들은 무슨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걸까. 나는 여기서 이렇게도 불행한데. . . 같이 일 하는 내 또래의 직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할 말 딱딱 잘 하고 일도 똑부러지게 하는 편이라서 처음에는 좋게 봤었다. 그런데 나보다 7살이 많은 언니를 뒤에서 툭하면 욕한다. 그러면서도 앞에서는 나보다도 친하게 지낸다. 나는 뒤에서 욕하고 앞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싫다. 욕을 할 거면 차라리 친하게 지내지를 말든지. 이게 무슨 가식이란 말인가. 아무튼 그래서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 국장이라는 사람도 별로이다. 성격도 별로인 것 같고 이제 곧 결혼하신다는데 부인이 불쌍할 따름이다. 오늘은 피자를 시켜 먹는데 나도 같이 먹으면 될 것을 굳이 나보고는 빵을 사다 먹으라 하고 자기들 셋이서만 피자를 먹는 것이었다. 어차피 저녁 식사량을 줄이고 있는 참이어서 피자를 먹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런 식으로 사람을 따돌리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내 또래의 직원이나 국장이나. . . 아무튼 이래저래 이 약국에서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자꾸만 나가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기본적으로 정이 붙는 곳은 아니다. 그냥 적당히 일을 하다가 나와야겠다. . . 너무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아아아 얼른 복학하고 싶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