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줄다리기   deux.
  hit : 2263 , 2012-11-16 22:34 (금)


오늘은 일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우울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괜찮은 상태에서 
꽤나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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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불안한가보다.
물론 전보다는 많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이 탐색하고 분석하며
해결책을 찾고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불안해 한다.

오늘도 하루 종일
나는 왜 행복하지 못한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
고민했다.

이런 고민들에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작은 고민들이 연속적으로 촉발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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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글 또한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나는
그 자기 자신조차도 
검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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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아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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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 때문에 마음껏 슬퍼할 수가 없다.
마음껏 괴로워할 수가 없다.
불행에 함몰될 수가 없다.

나는 마음껏 고통스럽고 싶은데.
소리치고 싶고 아프고 싶은데.
그럴 수 없게 한다.
그러지 못하게 한다.


내가 아프지 않게
나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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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필요한 걸까.
또 다른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신.
나는 그 아이를 믿는다.
하지만 그 아이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를 맡길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나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믿을 만한 존재가 있다면
그 아이도 기댈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면 나를 맡길 수 있을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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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싫은 건
이 답도 그 아이가 내렸다.

답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그 아이가 원하는 일인데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글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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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 아이가 내려준 여러가지 결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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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사에 두려워하고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날 때부터 겁에 질린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적 존재이기 이전에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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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이토록 행복하지 못한 것은
내가 바라는 모습과 
지금 나의 모습을
억지로 일치, 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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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힘든 것은
나 자신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잃어버린 채 헤매고 있다.
끈을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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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동물인 내가
세상이 안전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되려면
여러 가지 도전을 해야할 것 같다.
경험, 
그리고 그 경험으로부터 쌓이는 신뢰.
이 도전과 경험에는 사랑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시간.

경험, 사랑, 신뢰, 시간.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며
거꾸로 이야기하면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살자.
그렇게 사는 거다.
살아야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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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내가 이렇게 현명한 답들을 내리는 와중에도
나는 끊임없이 소리친다.
다 필요 없으니
나 좀 어떻게 해달라고.
나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미워죽겠다고.
내가 불쌍해 죽겠다고.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냐고.
다 필요 없다고.



그러면 또 다른 나는
얼른 나를 안아 일으키고는
다시 차분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주저앉아 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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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의
줄다리기,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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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
이 글을 쓰는 건 또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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