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줄다리기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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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우울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괜찮은 상태에서 꽤나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 또 다른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불안한가보다. 물론 전보다는 많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이 탐색하고 분석하며 해결책을 찾고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불안해 한다. 오늘도 하루 종일 나는 왜 행복하지 못한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 고민했다. 이런 고민들에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작은 고민들이 연속적으로 촉발되곤 했다. . .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글 또한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나는 그 자기 자신조차도 검열하고 있는 것이다. . . 굉장히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아이이다. . . 이 아이 때문에 마음껏 슬퍼할 수가 없다. 마음껏 괴로워할 수가 없다. 불행에 함몰될 수가 없다. 나는 마음껏 고통스럽고 싶은데. 소리치고 싶고 아프고 싶은데. 그럴 수 없게 한다. 그러지 못하게 한다. 내가 아프지 않게 나를 지킨다. . . 신, 필요한 걸까. 또 다른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신. 나는 그 아이를 믿는다. 하지만 그 아이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를 맡길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나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믿을 만한 존재가 있다면 그 아이도 기댈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면 나를 맡길 수 있을 지도 몰라. . . 정말 정말 싫은 건 이 답도 그 아이가 내렸다. 답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그 아이가 원하는 일인데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글을 써내려 간다. . . 오늘도 그 아이가 내려준 여러가지 결론들이 있다. . . 내가 매사에 두려워하고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날 때부터 겁에 질린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적 존재이기 이전에 동물이다. . . 내가 지금 이토록 행복하지 못한 것은 내가 바라는 모습과 지금 나의 모습을 억지로 일치, 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 . 내가 지금 힘든 것은 나 자신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잃어버린 채 헤매고 있다. 끈을 놓쳐버렸다. . . 겁에 질린 동물인 내가 세상이 안전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되려면 여러 가지 도전을 해야할 것 같다. 경험, 그리고 그 경험으로부터 쌓이는 신뢰. 이 도전과 경험에는 사랑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시간. 경험, 사랑, 신뢰, 시간.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며 거꾸로 이야기하면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살자. 그렇게 사는 거다. 살아야 행복해진다. . . 또 다른 내가 이렇게 현명한 답들을 내리는 와중에도 나는 끊임없이 소리친다. 다 필요 없으니 나 좀 어떻게 해달라고. 나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미워죽겠다고. 내가 불쌍해 죽겠다고.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냐고. 다 필요 없다고. 그러면 또 다른 나는 얼른 나를 안아 일으키고는 다시 차분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주저앉아 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 . 나와 나의 줄다리기, 인가. . . 죽겠다. 이 글을 쓰는 건 또 누구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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