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지난 번에 쓴 편지는 읽었어?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네.
뭐, 당신 같으면 찢어버렸을 지도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김에
당신한테도 한 장 써보려고.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나에 대해 죄책감이 없어보여.
정말 뻔뻔해서 별로 사람 같지도 않아.
뭔가 싸이코 같은 범죄자 같이 느껴진달까.
너무 심하게 말한다고 생각하지마.
누구한테 당신 이야기를 하든 다 그렇게 이야기해.
근데 사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봐.
자기 딸을 13년 동안 성폭행하고도
사과 한 마디 하질 않고
오히려 큰 소리 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을
누가 사람이라고 하겠어.
당신 스스로는
자신이 사람이라고 열심히 합리화 하면서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당신이 크게 변하는 건 없겠지.
그냥 내 화풀이야.
상욕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그런 건 만나서 얼굴에 대고 해야 시원하지
글로 써봐야 별로 의미도 없으니까.
나는 가끔 궁금해져.
당신이 나한테 왜 그런 행동들을 했었을까.
나한테 그런 행동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도 생각하지를 않았던 걸까.
말했듯이 나는 너무 힘들고 혼란스러웠어.
죽어버리고 싶은 적도 많았었지.
어째서 나의 아빠라는 사람은
나한테 이렇게 지독하게 구는 걸까?
왜 이런 악마 같은 사람이
내 아빠가 되었고
나는 왜 이런 사람한테서 태어난 걸까?
참 원망도 많이 했지.
가끔 생각해봐도 소름이 끼쳐.
어떻게 아이한테 그럴 수가 있었을까.
머리가 약간 이상한 건 아닐까 하고.
그렇게 좋았어?
나한테 강제로 하는 그런 행동들이?
왜 그런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 나 같은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하면 누구라도 괴로울 텐데,
어째서 자기 딸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지?
어렸을 때 말이야,
내가 가장 심각하게 했던 고민이 뭐였는지 알아?
'나는 창녀인가?'
였어.
초등학교 6학년짜리 여자 아이가
머리를 싸매면서 한 고민이
나는 용돈을 받고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으니까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여자인가,
하는 고민을 했던 거야.
당신은 그런 걸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점점 사람들한테 마음을 닫아가고 있었던 건?
내가 고등학생 때 교실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했어?
그리고 내가 언제나 죽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렸다는 건?
도대체 당신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니?
나는 그게 궁금해.
나한테 미안하지 않은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건지
정말 정말 궁금해.
정말 정말
궁금해지는 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