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차를 산지 얼마 안 됐을 때 였을 것이다.
가족 나들이를 마치고 면허증을 가진 형이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엄마와 나는 뒤에서 봐줘야 했다.
나는 형이 잘 하겠지하고 안 보고 있었는데 그 사이 뒤쪽 범퍼를 벽에 긁은 것이다.
나는 최대한 만회하려고 했지만 주차를 잘 마쳤나 본 엄마는 그 흠집을 보고
나를 향해 한숨을 쉬며 내 잘못만 탓했다.
그 순간, 나는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았고 바로 주차장을 달려나가 동네 산으로 갔다.
산에 있는 조그만 절 앞 벤치에 앉아 내 자신을 탓하는데
소식을 들은 아빠가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냐, 왜 거기 가 있냐, 네 잘못이 아니다, 아빠가 미안하다....
아빠는 나를 진정시키고 달래려고 했지만 난 끝내 눈물을 펑펑 흘렸다.
다 밉다고, 왜 나만 잘못이 있냐고.
우여곡절 끝에 내 위치를 안 아빠는 엄마와 형을 보내 나를 찾아냈다.
그렇게 집까지 가고 집에서 기다리던 아빠는 날 안으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아빠가 미안하다고, 다신 그러지 말라고.
그때 아빠의 눈물을 꽤나 오랜만에 봤다.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병원에 누워있을 때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그때 다짐했다.
난 이제부터 아빠를 울리지 않겠다고.
지금 그 약속은 계속 지켜지고 있다.
내가 아빠 곁에서 보고 있는 순간 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