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꽤나 선명한 꿈을 꾸었고,
구체적인 이야기여서 남겨 놓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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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시작은 웬 가족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음, 처음이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처음엔 내가 바깥에서 보고 있는 입장이었다.
한 가족이 있었는데,
아빠인가, 싶은 어떤 남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공터에서 그 사람들이 경찰에 잡혀서 수색을 당했다.
그리고 잡아가려고 했는데,
자신들보다 경찰의 수가 좀 더 적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들이
도주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 순간부터
나도 그 무리 안의 한 사람이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차라리 순순히 끌려가는 게 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경찰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어쩌면 도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곧 총을 쏘아댔다.
나도 여러 번 겨냥을 당했다.
어떤 경찰은 구덩이에 빠진 사람을 대고 총질을 하기도 했고,
경찰의 총을 빼앗아 갈겨대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어찌어찌 사람들 틈으로 피해서
죽지는 않았다.
결국 우리는 모두 붙잡혀 버스에 실렸다.
그냥 시내 버스 같이 생긴 버스였다.
처음엔 서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서 바깥을 보면서.
굉장히 선명하고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다채롭고, 짙은 초록색과 빨간색이 있었다.
좀 환상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너무 선명해서 곧 눈이 아파왔기 때문에
자리에 앉기로 했다.
뒤로 가니 내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옆에 앉았다.
의자는 따뜻했다.
발열 의자인 듯 싶었다.
버스는 현란하게 달렸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고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우리는 잡혀가는 처지이면서도
그 움직임에 따라 놀이기구를 타듯 환호를 질러댔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경찰청 같은 곳이었다.
크고 좋은 건물이었는데,
우리는 어떤 교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무슨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없었고,
교육이 시작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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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무슨 아기도 나왔는데,
맥락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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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바깥으로 잠깐 빠져나왔다.
나 혼자.
볼일을 모두 보고 다시 돌아가는데,
엘레베이터를 지나치게 되었다.
엘레베이터는 이제 막 닫히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이상한 장면이 보였다.
어떤 남자들이 쓰레기봉투를 옮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
그 쓰레기봉투가 꿈틀대고 있었다.
계속 움직이는 그 쓰레기봉투를 남자가 위에서 꾹꾹 눌러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걸 마지막으로 엘레베이터 문이 닫혔다.
나는 섬뜩했지만,
설마, 내가 잘못 본 거겠지,
하고 다시 교실로 들어왔다.
조금 더 있다가 다시 화장실을 갔다.
그런데 이번엔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
좀 더 헤맸다.
벽도 하나 같이 다 하얗고,
안내판 같은 것도 없고,
문에도 아무런 표시도 없어서
다시 찾아가는 데 애를 먹었다.
삥삥 돌고 있는데
다시 엘레베이터가 나왔다.
이번에는 좀 더 적나라하게 내부가 보였다.
아까는 3분의 1쯤밖에 보이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3분의 2가 보였는데,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로
쓰레기봉투가 마구 움직이고 있었다.
아래쪽 쯤에서,
봉투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그 봉투를 누르고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은 조금 당황하는 듯 싶었는데,
이내 문이 닫히고 엘레베이터는 내려갔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어서 길을 찾고 싶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가는 저 사람들에게 붙잡혀 모슨 봉변을 당하지 싶었다.
분명히 저기에는 사람이 들어있었다.
동물의 꿈틀거림은 아니었다.
뭔가,
팔로 쓰레기봉투를 뚫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분명히 보였다.
알려야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일단 내가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해야했다.
일단 다른 경찰이 있는 곳으로.
여기는 죄다 경찰이니까.
아무도 없는 이 곳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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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마음으로 똑같은 자리를 게속 맴돌고 있는데,
같이 수업을 듣고 있던 친구들이 나타났다.
정말 반가웠다.
길을 잃었다고,
하니까 웃으면서 여기가 아니라고.
같이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에는 경찰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북적북적했고,
옆 교실들에도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북적북적해서
일단 마음은 놓였다.
나는 이제 경찰을 찾기 시작했다.
옆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경찰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직 말그대로 교육생들인 듯 했다.
니는 제대로 된 경찰이 필요했다.
일단 사무실이 있을 만한 곳으로 내려갔다.
혹시라도 엘레베이터에서 눈이 마주쳤던 그 사람이 있는지
계속 주변을 살피면서.
사무실을 살필 때도 그 사람이 앉아 있는지부터 먼저 살폈다.
일단 주위에는 없었는데,
모든 경찰관들이 뭔가를 하고 있어서
붙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사무실 앞에 서성이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돌려세웠다.
뭐하는 거냐고.
보리색 슈트를 입은 중년의 남자였는데,
이 사람은 경찰 같아 보였다.
나는 급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중요한 이야기라고 했고
그 사람은 자기한테 이야기하라고 했다.
나는 귓속말로
엘레베이터에서 누가 쓰레기봉투를 옮겼는데
그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빨리 가서 구해야 한다고.
귓속말로 최대한 빠르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때,
윗층에서 그 사람과 다른 몇 사람이 걸어내려왔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일단은 그냥 가는 듯 했지만,
나는 점점 내가 위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불현듯,
내가 이 사람한테 잘 말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바쁜 일이 있으니
그것만 하나 처리해놓고 가보겠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같이 연루된 사람에게 말해버려서
나를 노출시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그곳을 빠져나와,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112로 전화를 걸었다.
어떤 사람들이 쓰레기봉투를 내다버렸는데
거기에 사람이 들어있는 것 같다고.
빨리 와서 구해달라고.
그리고 나 좀 보호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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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나서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는 책상 위에 엎드려 잠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내 옆에 쓰레기봉투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내 옆구리에 기대어져 있었는데,
각목 하나와 약간의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놓고 갔다는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경고일까?
나를 알고 있고, 어디에 있는 지도 알고 있다는?
포스트잇도 같이 붙어 있었는데,
메세지는 알쏭달쏭한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적혀 있었다.
왜?
나한테 뭐가 죄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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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에 나는 쫓기는 듯 했다.
무슨 비행물체의 밑쪽에 있는 파이프를 타고 날아다녔다.
정신 없이 도망치다가,
밑 쪽으로 완전히 파고들고 나서야,
잠시 숨을 돌렸다.
'이게 뭔 짓이야'
하는 생각이 잠깐 들다가,
다음 순간
'그래, 내가 언제 이런 데 매달려보겠어'
하는 생각으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걸 해볼까'
하면서 뭔가를 집어들었는데,
낙하산인 것 같았다.
그렇게 낙하산을 몸에 착용하려고 하는데,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커플이 나타났다.
비행물체는 바다와 조금 가깝게 비행하고 있었는데,
서핑하고 있는 커플들 뒤로 태양이 지고 있어서
그 사람들을 통과하고 있었다.
마치 그 커플이 빨간 구슬을 품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황홀한 장면이었다.
나는 다시 기분 좋게 낙하산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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