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갑작스럽고도 꿈만같은 7월 어느날
1. 분명 남자를 처음 만나는것도 아니고..
평소에는 정리된 듯 잘 지내도
아주 가끔은 너무나 그리워지는
다는 잊어내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이상하게 만나기 전날부터 들떠서 잠을 좀 설쳤다.
2. 막상 볼 시간이 다 되자
배가 살살 아플만큼 긴장도 했다..참 이상하게시리..
3. 그러나 카페에서 마주한 순간 그 느낌은 그냥 편했다.
예전에는 키도 큰편이라고 느꼈었고
전체적으로 장난꾸러기에 귀여운 느낌이였는데..
그때 내가 키가 덜 컸었나?
키도 보통에 예전의 귀여움은 느껴지질 않았다.
벌써 20대 후반이니 귀여운게 오히려 이상할지도..
요즘은 sns땜에 오래 안만나고 잘 모르는 사람도
눈팅이든 뭐든 소식을 접하다보면
꼭 얼마전에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우린 전혀 친한사이도 아니였고.. 어찌보면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어릴때 자주 봤어서 그런가
괜시리 편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깨달은게 우리 7년만이구나..
그때 나는 중딩. 오빠는 고딩..? 엽기적이였다.
오빠의 성격과 말투는 그다지 어디 안갔지만
예전의 나는 오빠의 외모가 귀여워서
결론적으로 첨엔 그냥 집도 가깝겠다
앞으로 편하게 지내면 좋겠다.. 하는 반가움과
열린마음 그게 다였다.
차타고 같이 이동하던 그 긴 시간동안에도
정말 이유를 모르도록 편안해서
내내 신나서 짹짹거렸고
오빠는 다 잘 들어주고 맞장구 쳐 주었다.
뭔가 귀여워해주는 느낌과
은근히 힐끔힐끔 보는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그 조차도 신경쓰이지 않고
난 그냥 나 즐거운것만 생각했다
그만큼 그땐 그냥 딱 알던 오빠 정도였다.
4. 밥먹고 술집을 가서 한쟌.두쟌.세잔...
역시나 대화가 즐거웠다. 워낙 성격이 밝은 사람이고
장난끼도 많아서 인가
너무 자상하게 굴거나 썸타듯이 잘해줬다면
내가 신나서 마구 떠들다가도
조금은 그게 부담스러워졌을지 모른다..
근데 내가 자뻑하면 장난으로라도 격한 짜증을 내고
짓궂은 장난을 마다하지 않으니
그게 편했던것 같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자
첨엔 이야기가 잘통한다고 느껴지더니
점점 귀엽고 남자다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냥 편하기만 하던 오빠와 그 분위기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 그 전환점은
사랑과 현실에 대한 오빠의 생각을 들었을때 ?
아마 그때인 것 같다.
그렇게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 한 후부터
오빠가 그랬다 .
손이 워낙 못생겼단 이유로
오빠친구들 다 나를 족발이라고 놀리곤 했었는데
용준오빠랑은 워낙 안친했고
다른 오빠들이랑 친했다 보니..
내가 성인이 된 후 나를 만났던 친구들이
족발 되게 이뻐졌다.
라고 했다한다..
근데 그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자기랑 친한 애도 아니였으니.
그게벌써 적어도 3년전일텐데
그 후로 겜초대 자꾸하니까 얄미워서
머라 한마디 하다보니 문득 궁금해졌다고.
그래도 얼마나 이뻐졌겠어 하고 그냥
기대반 안기대반 으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여자가 되어 있길래
오자마자 급했던 화장실로 달려가려 했으나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커피를 시켜서
내앞에 앉은거라고 했다.
뭔가 귀여웠다
오빤 만난 후 부터 계속 나를 갈구기만 했다
심지어는 오빠가 말한 그 카페에서 만난 순간에도
커피시키고 앉은건 맞지만 동시에 한 말이
야 너 뭐 고쳤냐??
였으니까....
아니라고 해도 살이 빠진거라 해도
그런 오빠 이야기를 들으니까
음 조금씩 기분이 이상했다.
5. 그래도 이때까지는 그냥 아주 작은 호감이었으나
2차를 가려는데 온통 집들 천지고
하나 있는곳은 완전 아저씨들 가득한 동네 호프..
신이나고 뭔가 좋아서 그런거 상관없다고
저길로 2차 고고!? 하고 길을 건너는데
갑자기 차가 와서
오빠가 내 손목잡고 막 달렸다.
그때 난 높은 힐을 신어놓고 너무 잘 달려서
별거 아닌데 웃기다고 깔깔 거리며 2차를 보냈다.
6. 시간이 늦었다보니 금새 나와서 대리를 부르는데
다들 못 온다 하거나 사람이 없다하고
시간은 늦어지고..ㅠㅜ
생각해보면 이때 난 좀 취해있었고
오빠도 좀 알딸딸 했을테니
나 정신없는거 틈타서 이 오빠놈이
대리가 다 안온다고 뻥친거 같기도 하다.
머 여튼 결과적으로 좋았으니 됐지만..ㅋ
그렇게 가족들에게 이미 늦은거에 대한 욕과
당장 오는중이 아니라는 내 말에
있는대로 화를 내기 시작했고..
나는 내가 뭐 나쁜짓 하는것도 아닌데
심하게 뭐라하는 엄마와 언니가 야속했다
물론 전남친에게 가족들 때문에 차인거다. 라는
아직 다 가시지 못한 원망도 섞여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울상이 되어서 카톡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내가 맛이 많이 간것 같다 .
언제부터 울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빠가 일단 나를 데려다 줬고
집앞에 올때까지 뭐가 그리 서러운지
계속 눈물콧물 범벅이되어 있었는데
맨손으로 내 눈물은 물론
콧물을 다 닦아주었다.
첨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울면 닦아지니까
생각없이 울다가..
조금 정신이 들고보니 계속 우는데
얼굴이 축축 하지가 않아서
뭔상황이지 하고 그제서야 알게된것 같다ㅠㅜ.
더럽지않냐고 했더니
로맨틱하게
아냐..뭐가 더러워
이런걸 할 사람은 아니지. 벌써 알것 같다.
그래도 그런 상황이면 좀 그렇게 말해주지 ㅋㅋ
더럽지~ 완전 더럽지 그니까 그만좀 울어
이러면서 갑자기 내옷에 묻혔다.
진짜 로맨틱을 모르는구나 하고 웃겨서
갑자기 웃음이 났고
오빠는 휴지랑 음료수를 사서
제대로 다 닦아줬다.
음료수는 나 마니 울었다고 사주는거야?
하고 물었으나 역시
아니 나 목말라서 산건데? 하고 갑자기 반을 원샷..
그러고 반을 날 줬다.
참나 ㅋㅋㅋ그냥 웃긴 사람이다 ..
여튼 집에서는 이미
들어오지말라고 오면 다리몽댕이를 부셔버린다고
격한 카톡이 왔고..
나는 이도저도 할수가 없게되었다.
그래서 겨우 그친걸 또 막 울었는데
오빠도 드디어 술김에 오글거리는 멘트 하나 날렸다.
그렇게 많이 답답한게 있으면 바다 데려가줄까?
지금 생각하면 완전 오글오글. ㅋㅋㅋㅋ
근데 그 순간엔 그말이 너무..멋지게 들렸다
바다는 무리라는걸 그래도 아니까
한강을 가기로 했다
한강에 가서 내린후에
나는 어디 벤치같은데에서 계속 욕이 담긴
카톡을 보며 눈물만 뚝뚝 했고..
오빠는 내가 앉아있던 보조석에서
계속 뭘 하길래 그냥 바쁜가보다.. 하고 있었다
좀 지나서 내쪽으로 왔을땐
난 이미 전화로 아빠한테 서운함을 분출중이였고
오빠는 가만히 서서 듣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차로 가서 뭔가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 가방이 뒤집어 져서
화장품에 필기구에 다 떨어지고 깨지고..
그걸 수습하다가 온거였다.
내가 오빠였으면
이유없이 퍼 울기나 하고..
콧물 범벅에 자기 차에 화장품 깨져서 더러워지고
화가 났을것 같다.
아니 짜증은 분명 났을거다..
근데 그와중에도 와서 머리쓰다듬어주고..
전화끊고 나서는 옆에 앉아서
맥주한캔 더 사줄까. 라고 했는데
그말이 위로가 되고 너무 고마웠다.
아빠는 그나마 날 이해해주셔서
그제서야 기분이 풀려서는
나 조울증인가. 또 좋다고
우와 이시간에 한강을 오니 너무 좋다!
하고 막뛰어내려갔다.
오빠는 다친다고 조심하라고 나 잡으러 뛰어오고
그러다 잔디밭에 신발집어 던지고 누워서
난간에 둘다 매달려서 와.. 가슴이 트이는거같애
이러면서 무슨 성장 드라마 찍는것도 아니고...ㅋ
그러다 난간에 꽤 큰 거미가 지나갔는데
난 술김이다보니 무섭지가 않아서
들고있던 음료수 통으로 거미를 들어서
오빠를 위협했다.
그래도 직업 군인인데 머 무서워 하겠나
하고 한건데 진심 무서워 하는 쫄은 모습에
그냥 같이 있으면 앞으로 늘 즐거울것 같다고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강에서 다 놀고
이제 이른 아침정도의 햇빛이 비출때쯤
오빠가 맥주한잔 더 먹을까
라길래 속으로 음흉한놈 취급을 했다.
정확히는 말이 맥주지 어딜 데려가려고....
하고 견제를 했다고 봐야겠다.
어디갈건데? 했더니 역 근처 어디든 가면
있지않을까
라길래 나의 의심과 견제는 더 깊어졌다.
일단 같이 가기로 하고 차에올랐다.
역근처에 차를 세우고 걷는중에
많은 숙박업소들을 지나치고 또 지나쳤다
대체 어딜 가려는건지 알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일단 같이 걷는데
아직도 사람이 좀 있는 포차가 보였다.
발견하자마자 오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오 포차!! 가자 !!
라고했다
엥?
난 대체 뭘 의심한거지?
스스로 어이가 없고 미안했다 ㅠㅜㅠ
가서 오돌뼈에 이번엔 아예 쏘맥을 말아서 먹고
그래도 이상하게 더이상 취하지는 않아서
상태를 보려고 꺼낸 거울속에서
나는 괴물을 보았다.
갑자기 너무 창피했다.
아침에 한 그 얼굴 그대로일거라고
말도안되는 착각을 하고 오빠랑 눈맞추며 이야기했는데
ㅠㅠㅜ
근데 오빠는 괜찮다고
여기가 대낮이라 사람이 많이 다니면 몰라도
지금 사람 몇 없는 여기에서는
그래도 내가 젤 이쁘긴 하다고
또 칭찬인지 욕인지 알수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흐뭇한 눈으로 쳐다볼때면
갑자기 두근거리기도 했고...
그냥 화장이 지워져서가 아니라
그냥 그사람 자체가
갑자기 부끄럽고 민망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또 무슨 이야기를 그리 나눴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도
나한테 계속 예쁘다고..
예전에는 몰랐다고 성격도 이런줄 몰랐다고
그말을 계속 해주었다.
그리고 포차도 문닫아야 한다해서
일어났을때 오빠가 나한테 뭔가 이해하기 어렵게
뺑뺑 돌린 말을 했었는데
그때 난 그게 그냥 관심을 표현하는 말인줄 알고
못알아들은 채로
머지.. 밤새 나눈건 술이 있어서 그랬던건가..
이오빠도 그냥 민망한건가.. 싶기도하고 알수가 없었다.
그러고 아침일찍 집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왜 너 내말 대답도 안하고 무시하냐
라기에 뭐?? 하고 물었더니
한번 만나보지 않을래
라는 말을 돌려서였긴 했어도 했다고 한다
근데 내가 아..ㅎㅎ 하고 땅을 바라보더니
고마워 라고 했댄다
아니나는 칭찬하는 멘트인줄 알았는데
그런거였어?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 생각해보겠다고는 했는데
근데 생각할것도 없다..
이미 좋은것 같다
어제도 부산에서 친구가 올라와서
밤새 놀아야 할거 같다며 괴로움을 호소했었는데..
자고 일어나서 아침이 되었을때
이제서야 친구 데리고 집 가는 중이라고 ..
그래 조심히가 노는것도 고생이 많겠다ㅠ. 라고 하자
친구때문에 욕먹으니까 오래는 힘들겠지만
잠깐이라도 얼굴보지 않을래 집앞으로 지금 갈게
라고 했다.
그래서 정말 얼떨결에 오늘 아침 .. 아니 새벽7시반쯤
또 얼굴을 보고..
친구는 보조석에서 뻗어있고
오빠도 퀭 한 폐인 몰골로 와서는
갑자기 밝아진 얼굴을 서로 못숨기고
ㅎ헤... 하고 웃기만 하다가
한번 포옹 하고 정말 한 5분만에 빠이빠이 했다.
음.... 좋다 좋은거 같다
일이 나날이 힘들어져서
정말 스트레스 폭발중인데
얼마만에 느끼는 설레임인지..
꼭 한 3년전 그때 같다
그 이후로 그 정도의 설레임을 느낄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정도까지는.. 못되는건 맞지만
막 못미치지도 않는듯 하다
하지만 그때 그렇게 좋은 시작에 비해
끝은 너무 씁쓸하게 남아버렸다.
이 오빠와의 인연도 그렇게 될까봐
시작도 전에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함께하게 된다면 그 결말을 미리부터 알고 싶다.
근데 또 알기 싫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