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오랜만에 산에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
근처 갓바위였지만- 13년 덕유산 이후로-
북지장사, 갓바위 두번정도 오른거 외엔 산을 안 탄듯.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라고 다들 그래서,
그냥 올라갔다 내려오곤 했는데, 이번은 좀 달랐다.
오르면서도 내 체력이 정말 많이 떨어졌구나, 실감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그냥 갓바위 그 까짓거-라며 단단하지 무장하지도 않고
집 앞 마실 나가듯 챙겨입은게 문제였던듯.
그에 반해 당신은 항상 대비를 하고 다녀야한다며, 겹겹이 껴입고 나왔다.
나는 그를 보며, 뭐지금 백두산 올라가? 왜이래~ 부끄러워, 갓바위밖에 안되는데!!
라고 했지만 -_ -.. 결국 오르다 내가 지침.
떨어지는 온도와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의 바람에,
휘청~거리기도 하고, 머리로 혈액공급이 안되는 것 같다며 두통을 호소하는 내게
잘한다~하며 모자를 씌워준다.
장갑도 당신 장갑을 내가 끼고, 바들바들 떨면서, 헉헉 거리면서
폐가 찢어지는 것 같애~라고 엄살 부리니까
너 지금 히말라야가냐, 갓바위밖에 안되는데! 하며 당신이 앞서서 웃는다.
칫.
관봉에 올라서 풍광을 바라보는데, 또 세찬 바람이 불어 휘청한다.
곧 내려오면서 국화빵 먹겠다고 하니, 이제 살만하지? 하며 국화빵 2천원치를 사들고
당신과 도란도란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왔다.
눈산에 한번 갈까, 오랜만에.
가자가자가자! 하는 내게 눈을 흘긴다. 갓바위 오르는데도 이모양인데-.. 하며
혼자 가야겠다, 라고 툭 던지는 당신을 꼬집으며 안돼! 나도 갈꺼야! 하고
돌아오는 토요일에 태백산에 오르기로 했다.
새벽 6시 출발 예정.
말 나온 김에 등산복이나 보러갈까? 전에 봤던 모자, 사야겠다. 하며
이곳저곳 아웃도어 매장을 구경다닌다.
예쁜바지도 골라주고, 당신에게 입어보라 하고, 또 입혀보고,
예쁘다, 괜찮은데? 악- 당장 벗어! 를 외치며 아이쇼핑을 한 것 같다.
물론, 사겠다 했던 모자는 2만원에 잘 건져왔다 히힛.
덕유산에서도 윈드스토퍼 장갑을 끼고서 손이 얼었던 경험이 있던지라
당신은 장갑도 둘러보고, 이건 어때 저건어때 골라준다.
등산스틱도 잘 안쓰는데, 손으로 나무나 바위 집고 다닌다고 그래서 더 젖어서 동상걸린다며
방수기능이 있는걸로 추천을 받고 골라주는데;;
됐어~ 괜찮아, 했는데 당신은 집에 돌아와서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막 고른다.
결국 고디니 미트로 하나 질렀.. 손도 작은데 M 사이즈란다.
안에 원래 끼던 윈드스토퍼 끼고, 겉에 미트 끼면 괜찮을거라고..
그제야 당신이 씩 웃는다.
코스도 잡아놨고, 당일로 갔다오는 산행이라 피곤하겠지만
이번엔 산악회에서 가는거라, 당신이 운전하지 않아도 좋다. 태백까진.. 솔직히 너무 멀어 ㅎ
간식을 뭐 싸들고 가지? 점심은 뭐먹을까? 하며
당신은 벌써 버너 챙기고, 라면두개 챙기고- 준비할 것을 말한다.
나 그럼 불고기 재워갈까? 하니- 뭐하러, 그냥 양념된거 사면 되지~ 한다.
그래두 내가 한거 먹이고 싶어서 그렇지~ 하니 당신은 웃는다.
덕유산보다 태백산이 더 춥겠지.
당신은 히트텍입고 겨울용 등산바지에 하이넥셔츠에, 조끼도 입을꺼라고
예전에 체감기온 영하 38도의 설악산을 겪어봤다며 나한테 으름장을 놓는다.
그까짓거- 나도 히트텍입고 둘둘 말아서 가지뭐.
내피용 구스 챙기고, 고어 챙기고- 담요도 하나 챙겨야겠다. 밥먹을때 안 떨게.. ㅋ
덕유산에서는 손이 얼어서 점심때 젓가락질도 못해서 울고 ㅠ..
이번엔 장갑이 있으니까!! 으힛
아. 기대된다. 두근두근.
단군이 제를 올렸다는 천제단에 올라서, 나도 기도하고 와야겠다.
내가 행복하도록. 당신과 함께라면 더 좋고. 또 건강하도록. 원하는걸 얻도록.
1년만의 겨울산행이라 더 기대된다.
당신과 함께라서 더더더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