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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산에 다녀왔다.   지난 이야기
조회: 2691 , 2015-01-12 09:52
 당신과 오랜만에 산에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
 근처 갓바위였지만- 13년 덕유산 이후로-
 북지장사, 갓바위 두번정도 오른거 외엔 산을 안 탄듯.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라고 다들 그래서,
 그냥 올라갔다 내려오곤 했는데, 이번은 좀 달랐다.
 
 오르면서도 내 체력이 정말 많이 떨어졌구나, 실감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그냥 갓바위 그 까짓거-라며 단단하지 무장하지도 않고
 집 앞 마실 나가듯 챙겨입은게 문제였던듯.

 그에 반해 당신은 항상 대비를 하고 다녀야한다며, 겹겹이 껴입고 나왔다.
 나는 그를 보며, 뭐지금 백두산 올라가? 왜이래~ 부끄러워, 갓바위밖에 안되는데!!
 라고 했지만 -_ -.. 결국 오르다 내가 지침.

 떨어지는 온도와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의 바람에,
 휘청~거리기도 하고, 머리로 혈액공급이 안되는 것 같다며 두통을 호소하는 내게
 잘한다~하며 모자를 씌워준다.
 장갑도 당신 장갑을 내가 끼고, 바들바들 떨면서, 헉헉 거리면서
 폐가 찢어지는 것 같애~라고 엄살 부리니까
 너 지금 히말라야가냐, 갓바위밖에 안되는데! 하며 당신이 앞서서 웃는다.
 칫.
 
 

 관봉에 올라서 풍광을 바라보는데, 또 세찬 바람이 불어 휘청한다.
 곧 내려오면서 국화빵 먹겠다고 하니, 이제 살만하지? 하며 국화빵 2천원치를 사들고
 당신과 도란도란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왔다.

 눈산에 한번 갈까, 오랜만에.
 가자가자가자! 하는 내게 눈을 흘긴다. 갓바위 오르는데도 이모양인데-.. 하며
 혼자 가야겠다, 라고 툭 던지는 당신을 꼬집으며 안돼! 나도 갈꺼야! 하고
 돌아오는 토요일에 태백산에 오르기로 했다.
 새벽 6시 출발 예정. 
 
 말 나온 김에 등산복이나 보러갈까? 전에 봤던 모자, 사야겠다. 하며
 이곳저곳 아웃도어 매장을 구경다닌다.
 예쁜바지도 골라주고, 당신에게 입어보라 하고, 또 입혀보고,
 예쁘다, 괜찮은데? 악- 당장 벗어! 를 외치며 아이쇼핑을 한 것 같다.
 물론, 사겠다 했던 모자는 2만원에 잘 건져왔다 히힛.
 
 덕유산에서도 윈드스토퍼 장갑을 끼고서 손이 얼었던 경험이 있던지라
 당신은 장갑도 둘러보고, 이건 어때 저건어때 골라준다.
 등산스틱도 잘 안쓰는데, 손으로 나무나 바위 집고 다닌다고 그래서 더 젖어서 동상걸린다며
 방수기능이 있는걸로 추천을 받고 골라주는데;;
 됐어~ 괜찮아, 했는데 당신은 집에 돌아와서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막 고른다.
 
 결국 고디니 미트로 하나 질렀.. 손도 작은데 M 사이즈란다.
 안에 원래 끼던 윈드스토퍼 끼고, 겉에 미트 끼면 괜찮을거라고..
 그제야 당신이 씩 웃는다.  
 
 코스도 잡아놨고, 당일로 갔다오는 산행이라 피곤하겠지만
 이번엔 산악회에서 가는거라, 당신이 운전하지 않아도 좋다. 태백까진.. 솔직히 너무 멀어 ㅎ
 
 간식을 뭐 싸들고 가지? 점심은 뭐먹을까? 하며
 당신은 벌써 버너 챙기고, 라면두개 챙기고- 준비할 것을 말한다.
 나 그럼 불고기 재워갈까? 하니- 뭐하러, 그냥 양념된거 사면 되지~ 한다.
 그래두 내가 한거 먹이고 싶어서 그렇지~ 하니 당신은 웃는다. 
 
 덕유산보다 태백산이 더 춥겠지.
 당신은 히트텍입고 겨울용 등산바지에 하이넥셔츠에, 조끼도 입을꺼라고
 예전에 체감기온 영하 38도의 설악산을 겪어봤다며 나한테 으름장을 놓는다.
 그까짓거- 나도 히트텍입고 둘둘 말아서 가지뭐.
 내피용 구스 챙기고, 고어 챙기고- 담요도 하나 챙겨야겠다. 밥먹을때 안 떨게.. ㅋ
 덕유산에서는 손이 얼어서 점심때 젓가락질도 못해서 울고 ㅠ..
 이번엔 장갑이 있으니까!! 으힛 
 

 아. 기대된다. 두근두근.
 단군이 제를 올렸다는 천제단에 올라서, 나도 기도하고 와야겠다.
 내가 행복하도록. 당신과 함께라면 더 좋고. 또 건강하도록. 원하는걸 얻도록. 
 
 1년만의 겨울산행이라 더 기대된다.
 당신과 함께라서 더더더더- 행복하다. 
 

 

질주[疾走]   15.01.12

ㅎㅎ 하월님!! 그러셨군요!!... 등산이 즐거우셨어!

그.. 항상 느끼는건데 하월님은 글을 쓰시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게하는 것들을
무진장 잘 끌어내시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계신거 같아요...
글을 굉장히 잘쓰신다고 표현해야하나요. 하월님 일기를 읽을때마다 느꼈어요.
만약 하월님의 기분이 울적하신 일기를 쓰시면,
보는 저도 한없이 마음이 땅굴로 들어가는것같고 제 맘도 아프고그런데......
오늘처럼 이런 행복한 일기를 쓰시면 마치 동화를 쓰시는 것처럼
제 머릿속에 저절로 그림이 그려진다니까요?ㅋㅋ
이 일기를 읽으면서 혼자서 내내 실실 쪼개는 제 자신을 보고
'헉.... 나 지금 뭐하는...?' 이랬다니까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하월님께서 행복하시다니 제 맘도 뿌듯합니더.
2015년은 세상 모든 복들이 하월님께 찾아갈겁니다!
복을 너무 받다못해 흘러넘치시면 저도 좀 나눠주쉐요!! ^^ㅋㅋㅋㅋ

向月   15.01.13

^^ 감사합니다.
등산- 안좋아했는데... 그를 만나면서 시작했어요. 올라갈때~ 힘들어서 아무생각 안나는게 좋고, 정상에서 다 털어놓을때가 좋아요.
하산하는 걸음은 가벼워져서 좋구요^^

무아덕회   15.01.13

오럔만에 힐링세포 깨우는 글이군요. 아, 나도 좀 움직여야하는데....ㅎ

向月   15.01.13

17일 태백으로 오세요 풉ㅎ
자꾸- 태백은 덕유와 다르다고 겁을 줘서, 얼어죽을까 걱정되네요^^.. 이제 수요일이 되는데, 벌써 기대되고- 토요일새벽이 되면 좋겠어요ㅎ

무아덕회   15.01.14

시러요. 전 어렸을때 '깍뚜기'되면 서로 끼워준대도 그냥 집에 갔어요. ㅎ 그나저나 이렇게 움직여야 현상유지가 되는게 삶이니....끔찍한 생이긴 해요. ㅋ

向月   15.01.14

아.깍뚜기가 싫은거구나!!! ㅋ

무아덕회   15.01.14

Yep! ㅎㅎㅎ

볼빨간   15.01.15

글자 획획이 핑크핑크합니다~^^
산에 가고프게, 다리를 쿵닥거리게 만드는 이 느낌..책임지세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