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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블루
 생각들 엄마는 걸레라던데 정말이야?   2015년
조회: 243 , 2015-09-19 17:14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만약 너의 자식이 나중에 “사람들이 그러는데 엄마는 걸레라던데 정말이야”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래서 아이가 굉장히 삐뚤어진다거나 하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글쎄 걔 인생은 걔 인생이지라고 말하는 게 쿨한 말이겠지만,  정작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아냐 아냐 엄마는 걸레가 아니야, 라고 이야기할까 생각해봤지만 “사람들이 엄마가 걸레라던데!”
라고 하면 뭐 어쩔 수 있나. 

그래서 내가 걸레냐 하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도대체 걸레의 정의가 무엇인가? 

복수 이상의 남자와 무분별한 성관계를 갖는 여자? 태어나서 결혼할 단 1명 이상과 다회 성관계를 가진 여자? 사귀지 않더라도 아무하고나 자는 여자? 

글쎄, 그중에 내가 어디 해당할지 몰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든 누구도 알 바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누구 남편하고 잔 적은 없고 애인있는 남자하고 잔 적도 없고 누굴 강간한 적도 없고, 병 옮긴 적도 없다. 결국 가상의 아들 혹은 딸에게 별로 대답해줄 말은 없다. 

나는 내가 믿는 대로, 거칠게 살았어, 라고밖에. 물론 그것들을 후회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후회한다고 바꿀 수 없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구나. 다만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여자는 없단다. 더 변명하고 싶진 않아

                          - 김현진, <그래도 언니는 간다, 도서출판 개마고원>에서 -



 
요즘  김현진의 모든 글을 찾아 읽고 있다.

'나는 내가 믿는 대로, 거칠게 살았어'라는 아픈 자조엔  콧등이 시큰거려  담배를 한대 
피울 수 밖에 없었다.

순결의 경계는 뭘까?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음을 주는 것, 손을 잡는 것, 키스를 하는 것, 잠자리........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20년이 젊어 그녀와 사랑에 빠졌대도 진심으로 그녀를 순결하게 생각하고
뜨겁게 사랑했을 거라는 거다.

모든 젊음에게 김현진을 권한다.
(그녀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언니는 간다>라는 영화도 난 괜찮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