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61 , 2015-09-19 19:18 |
공개 일기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몇자 적습니다.
저는 18년째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입사원 시절 3년, 그리고 작년 1년을 빼면 직장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분당에 있는 본사로 출퇴근 하던 9년간
출근길 교통 사고를 당해 몇 달을 푹 쉬는 상상,
회사와 쌓인 일을 외면하고 남쪽으로 차를 몰아 따뜻한 풀밭에서 죽은듯이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말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았으므로 40대 가장의 슬픔을 아내도 자식도 몰랐습니다.
같은 색깔의 직장 동료와 술자리조차 없었다면 더 힘들었겠죠.
외계인님은 오늘 휴가내서 하루를 쉬셨다니 저보다 훨 대담하네요.
소심쟁이인 저는 일하고 싫을때는 커녕 몸이 아플때도 쉬어 본적이 없거든요.
문제는 하기 싫은 일을 제가 제법 잘했다는 거였어요.
도무지 내 적성에 맞는 다른 업무로 자리를 옮길수가 없더군요.
결국 나이를 먹어 내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스스로 느꼈을때야
그 사슬에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 일에서 쫒겨났죠........
그리고, 현장으로 나와 영업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마음과 몸을 팔아 가족에게 밥을 먹이는 일이
세상 어느 일보다 존엄하다고 믿을 뿐더러
나와 같은 삶을 사는 비루하고 못난 동료들이 많이 정겹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성공하더라"식의 썩세스 스토리를 의심하므로
외계인님께 "직장 그만 두고 하고 싶은 일을하며 살아라"고 할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내 꿈이 뭔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항상 화두처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잃어버린 꿈이 뭔가를 먼저 확인하고,
직장안에서 그 꿈을 실현할 수는 없는지 고민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도 늦었지만 아직 간절한 꿈을 간직하고 있고
이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계인님의 첫번째 대문 사진을 기억합니다.
운전 하는 외계인님을 조수석에서 찍은 사진이었죠?
잘 생긴 총각님.
힘내세요.
제목만으로도 위로받는 김훈의 어떤 글이 외계인님께도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 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예수님이 인간의 밥벌이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씨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거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먹이시느니라” 라고 하셨다지만, 나는 이 말을
믿지 못한다. 하느님이 새는 맨입에 먹여주실지 몰라도 인간을 맨입에 먹여주시지는 않는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38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