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가 물었다.
니 동네로 이사 갈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대답하기 위해 생각했다.
========== 생 각 들 =================================================
중3때, 길을 가다가 옆학교 패거리들에게 맞은적이 있어.
내가 째려봤다는 거야
난 녀석들을 쳐다본적도 없는데.
어린 마음에 너무 분해서 한달 동안을 씩씩거리며 녀석들을 찾았어.
(왜 그랬을까? 난 정말 범생이였는데...
당시엔 태어나서 처음 당해본 어처구니 없는 폭력에 너무 분했던거 같아)
그 다음날 집에 가는 길에 녀석중 한 놈을 만났다면 내 인생이 바뀌었겠지.
상한 자존심 때문에 살인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게 그 나이니까.
내가 우리 회사를 들어온건,
같은 과 친구가 방위로 군대를 일찍 마치고 나보다 먼저 우리 회사 시험을 쳤기 때문이야.
녀석이 방위로 군대를 갔던건 외아들이였기 때문이고.
내가 다른 직업이나 직장을 가졌다면 아내를 만나지 않았겠지.
진혁이도 태어나지 않았을테고.
벤쳐붐이 불었을때 우리 무리중 한명이 자금을 대겠다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생각없이 물었는데
대답이 조금 이상해서 뒷조사를 했는데 사기 전과가 나왔었어.
간이 작았던 우리는 "헤쳐 모여"를 했었고....
그때 그 우연한 물음이 없었다면 나는 뭘하고 있을까?
아무도 모르지.
불과 몇년전 내가 모셨던 상사가 정말 맞지 않아서 현장으로 다시 나온건 이야기 했지?
그때 그 상사를 만날 확률은 얼마쯤 이었을까?
모든게 우연일까? 숙명일까?
미안. 내가 좀 그래.
이제 니 물음에 답하마.
우리는 대전동에 산다고 하지.
대치동 전세.
내가 대전동에 사는 이유는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녀교육에 정말 신경을 쓰는 만큼
일탈하는 애들의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 적은 확률만큼 덩치가 작은 아들놈이 큰 애들한테 우연치 않게 상처받을 확률이 적다는 거야.
인생이 꼬일 확률이 그만큼 적은거지.
(친구를 잘만나야 된다는 어른들 말씀이 뭔지 이제야 알겠어.
그런데 그 친구를 잘 만나는 건 우연일까? 숙명일까? 내 생각엔 우연적 요소가 훨씬 많아)
준호야
난 베이징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에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선험적으로 알겠어.
음~~~~~~내 생각엔 인생이란 우연의 연속이야.
우리네 인생엔 변수가 너무 많거든.
<많은 불확실성>에서 <적은 불확실성>으로 옮겨가기 위해 조금이나마 변수를 제거해 가나는 것.
아마 그건 가능한 거 같아.
그런데, 그 변수와, 변수와, 변수와, 변수와, 변수가 제곱된 결과,
지금 여기에 우리가 있고
그 것이 바로 숙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려나 ?
(아무래도 난 괴변같은데...)
생각끝에 한 말==================================================
준호야. 우리 동네 괜찮아. 제발 이사와.
니가 이사오면 일요일 저녁에 동네 파전집에서 막걸리도 한잔씩 하고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