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봄여름
 한 사내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합니다.
조회: 2107 , 2016-10-31 07:18




한 사내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심장이.

당신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순간 귀를.

당신이 그에게 미소를 건네줬을 때 세상을.

     

멎을 뻔했고,

의심했고,

다 가진 것 같았다고 합니다.

     

더 없이 아름다운 당신은

더 없이 초라한 그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였고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노라 마음먹게 하였습니다.

     

모두가 모든 것을 포기한 세상.

첫 발걸음을 겁 없이 내딛은 사내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만든다.’는 다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아니, 당신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더딘 걸음은 천 일이 걸렸고

드디어 사내가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와 당신을 찾았을 때

당신은 이미 떠나가고 없었습니다.

     

먹먹한 마음. 가진 적 없던 것을 잃을 수가 있던가요.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 어리석은 그 사내는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 그 공허함 표현할 단어 하나 찾지 못하여 밤을 지새웠습니다.

해가 뜨자 당신이 떠난 자리의 땅이 꺼졌고 사내는 넘어지며 상처를 입었습니다.

     

밖에서 그래왔듯, 안에서도 그는 툭툭 털고 일어났습니다.

하나의 상처는 하나의 배움을 가져왔습니다.

사랑은 어머니라는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고귀한 마음이거나

꽃을 탐하는 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거짓된 증언쯤이라 여기던 그는.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정의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

조건 없이 마음을 줄 수 있는 순수한 마음

     

당신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던 사내의 꿈은

받지 못해도 줄 수 있는 마음이 사랑이라는 배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소식, 당신이 그를 피한다고 하여 제가 대신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