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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
 재밌는 상상   카테고리가뭐야
맑음 조회: 1998 , 2002-09-12 02:23
내가 식충 식물이 되서 파리를 잡아 먹는다.

나는 식충 식물이기 땜에 파리가 맛있다.

파리가 맛있게 느껴지는 상상을 해보자.

기분이 좋아진다.

난 지렁이다.

난 바닥을 기며 내 긴 몸을 접었다 폈다 하는 놀이를 한다.

공중 습기에 민감하다.

비가 올라치면 바로 흙위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이사갈 채비를 한다.

내가 이사가면 들이 놀라서 막 소리친다.

난 흙이 맛있다.

아주 재밌다.

난 물이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굴어 지고 바닥에 쏟아지면 내 맘대로다.

차가워지면 강해지고 뜨거우면 하늘로 올라간다.

오염된 먼지를 먹고 산성이 돼서 바닥에 다시 번지한다.

바닥에 튀겨서 춤을 추면 아주 재밌다.

난 바람이다.

이쁘게 치장한 아가씨의 머리를 한번에 흐트러뜨릴 수 있다.

빠른 속도로 공중회전도 하고 천천히 구름을 타기도 한다.

나에겐 많은 힘이 있고 나를 따라 많은 것들이 움직인다.

들은 나에게 심술궂다고 하지만 들은 나없이 뱃놀이도 못하고 나없이 계절을 느끼지도 못한다.

난 음흉한 남자들 허파속에 살고 있고 아줌마들의 치맛속에도 살고있다.

난 지갑이다.

내가 뚱뚱해지면 들은 좋아한다.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 안받는다.

들은 나를 선물하길 좋아한다.

나에겐 각종 들이 좋아하는걸 넣어두는데 난 그걸 먹었다 뱉었다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내 속을 왔다 가는 것들을 기억해도 인생이 즐겁다.

난 목걸이다.

내 몸은 차갑지만 난 늘 따뜻한 아가씨의 젖가슴을 보면서 체온을 느낀다.

소매치기들은 나를 끊어가려고 노리고 돈과 바꿔지는 순간 내 몸을 반지나 팔지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내가 잘 먹는건 사람들의 눈독이다.

나는 씨디다.

동그랗고 금속같이 생겼지만 플라스틱에 가깝다.

난 먹통에다 빈 깡통이지만 금새 여러가지 색깔로 입혀지고 비싸게 팔린다.

난 음악을 먹는다.

가끔 불법 포르노도 먹는다.

나는 타이어다.

내 몸은 단단하고 말랑말랑하다.

하루종일 돌면서 돌아댕기지만 돌지 않았다.

난 힘도 세고 힘이 없다.

난 깎이고 쓸리면서 껌을 먹는다.

난 발가락이다.

동그란 다섯 친구가 함께 다닌다.

어둠속에서 하루종일 어디론가 끌려다니다가 밤엔 천장을 보고 눕는다.

난 무좀약을 먹는다.

가끔 메니큐어도 먹는다.

나는 재밌는 상상을 지어내는 공중제비다.

날아다니다가 멈추다가 뛰어서 죽었다가 다시 산다.

그렇게 재밌는 상상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