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은행 사거리에는 노점상들이 많다.
과일,야채,생선,붕어빵,공갈빵,이동식 횟집에 야간에는 짜장면 우동파는 포장마차까지 들어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데는 호떡집인데 그 집 아줌마가 올해 초봄에 날씨 추울때 사라져서는 내내 안나타나셨다.
자리가 정말 명당자린데..장사가 안되서 안오는건 아닐텐데..
두개의 신호등이 놓인 사이에 대각선으로 자리해서 오는 손님 가는 손님을 다 잡으려는 마케팅 전략을 펼졌고 손님을 위한 의자가 따로 마련된게 아니라 길거리에 있는 밴치를 이용해 그 자리에 딱 포장마차를 선점한 경제성까지 좁은 자리를 최대공략하는 지혜와 영리함이 보이는 곳이었다.
그 아줌마는 늘 동절길에만 호떡을 팔고 하절기엔 도넛츠로 전업하곤 했는데 난 늘 여름에도 호떡을 파시라고 아줌마를 설득하곤 했다.
내 설득이 귀찮았던걸까.-_-;;
왜 올 봄 이후로 계속 나타나지 않으신걸까.
정말 그 집 호떡 맛은 죽음인데.
그 호떡집이 사라지고 동네 어귀어귀에 호떡집이 늘었다.
그런데 다른데선 영 입맛이 땡기지 않는다.
그 불결해 보이는 기름에 절은 모양새 하며 색깔과 질감이 딱 보이기에도 그 아줌마의 호떡의 발치에도 못오게 생겼다.
그 집(엄밀히 집이 아니라 걍 리어카지만)에 가면 아줌마가 늘 자신의 호떡에 대한 자랑과 아들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우리 호떡은 기름을 안쓰고 찹쌀을 많이 넣어서 만들어.`
`지난주엔 우리 아들 전지 훈련가는데 따라다니면서 밥해주느라 못나왔잖아.'
대놓고 우리 호떡 맛있다.우리 아들 축구꿈나무다 말하지 않지만 그 뜻이 곧 그 뜻으로 들리게끔 자랑도 잘하셨는데.
어제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가 나갈때 바라다 주러 버스정류장에 나갔다.
그랬더니 반갑게도 그 호떡집이 거의 8개월만에 나타나 있는게 보였다.
아! 그만두신게 아니구나.
넘 반가워서 친구를 보내고 바로 그 호떡집을 갔는데 지나면서 처음 발견한거 처럼 막 놀래는 척 하면서 아줌마 왜 이제 나왔냐구 친한 척을 했다.
아줌마는 퉁퉁한 몸매랑 그 촌스럽게 진한 아이라인을 바른 화장술 고대로 웃으면서 또 말씀하신다.
`우리 아들이 운동선수잖아. 울산갔다가 부산갔다가 전지훈련마다 다니면서 밥해주느라구 못나왔지`
또 은근한 아들 자랑.
주머니에 동전까지 털어서 딱 천원있는데 천원어치 달라고 객석을 가장한 벤치에 앉아서 아줌마 얘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호떡 반죽을 쥐어서 그런지 반죽이 자꾸 뭉치고 설탕이 터져 나왔다.
`우리집 호떡은 찹쌀을 많이 넣어서 막판에 이렇게 반죽이 잘 타져.찰져서..`
또 은근한 호떡 자랑.
그때 다른 아줌마 손님이 왔다.
`아까 지나가다가 몇개 사서 애들줬는데 맛있다고 난리야.그래서 다시 왔어요`
그 아줌마 아님 모를뻔 했다.
반죽이 다 떨어져서 그날 마지막 손님이 나였던 거다.
난 그 아줌마손님에게 내 호떡을 양보할까 망설였지만 도저히 못그러겠다 싶어서 얄밉지만 마지막 호떡 세개를 내가 다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개중 두개를 먹어치웠다.
8개월만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