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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끝이 보이는 사랑....우리...   미정
조회: 1826 , 2002-09-15 22:12
그와 나는....
택시를 타면...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살고 있으며...
버스를 타면 고작 몇 정거장이고...마음만 먹으면..자전거를 타고서도 얼마든지 갈수 있는
그런 거리에 살고 있다...
더군다나 우린..같은 직장에 일을 한다...
근데...우리가..같이 회사가 아닌 곳에서 같이 밥을 먹고..영화를 본지도...
벌써..한달이나 지나간다...
요즘 나는 그의 아무것도 모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어떤 고민이 있는지...
심지어는...그가 요즘 보고 싶어하는 영화까지...난..아무것도 아는게 없다.
우리가 하는 대화라곤...상투적인 말들 뿐 이다...
밥 먹었어?
그거 하나..,.일을 제외하곤...달랑 그 말 하나다...
한동안 뜸하던..그가 자기전에 하던 전화도..요즘 들어 가끔 하지만..
10초를 넘기기가 힘들다..
자냐?
그 말 한마디...
우리가 하는 유일한 통화이다..
그래..가끔은 진짜 오래하면..20초..?
씻었어?
그 말이 덧 붙는것이다..
저번주엔...느닷없는 그의 문자가 있었다..
우리가 서로 필요한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고...
난...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게..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게..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얼마나 더 생각을 해야 하는지..내가 얘기 한번 하자고 말 할때마다..
피곤하다는 그 단 한마디 말로..내 마음속에 있던말들..다 묻게 했던 사람이 누군데..
도대체 더 얼마나 생각을 해야하는건지..
그와 난 만나서..서로 노력하자는 말로..결론을 지었지만..
그날 난..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날 제일 싫어할때는...그가 피곤한데도..내가 같이 있자고 할때..
쉬고 싶은데..안 만나주면 내가 토라질때..
그때가 내가 제일 싫다고 한다..
난 토라지지만...결국..그가 피곤하면 단 한번도 만나지 않는다..
그는 내가 토라지는게 싫었던거겠지...
그가 생각하는 여자친구는 이런 사람인거 같다..
그가 볼일이 없고..조금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이 들때..
자기를 위해 시간을 비워놓고 있는 사람...
가끔 그의 욕정을...풀어줄....하고 싶을때 마음놓고 섹스할수 있는 사람...
배고플때..밥 차려놓고 기다려줄수 있는 사람...
자기전에..10초동안 통화해줄 사람...
자냐? 그 한마디 들어줄 사람...
그런 사람인거 같다...
다른 연인들은...아무리 피곤해도..아무리 집이 멀어도..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만나려고 노력한다던데....그래..노력한다던데..
우린 같이 일을 한다는 이유로...제대로 된 대화한번 못 한다..
만나도..할 일이 없고...할 말이 없으며..이젠 어색하기까지 하다.
도대체...우리는 왜 만나고 있는 것일까..?
난 이번달까지만 이 회사를 다니고..다른 곳으로 옮긴다.
시기를 맞춰 핸드폰까지 잃어버려 난 핸드폰이 없다.
이번달까지만 이렇게..어렵게 사귀고..
다음달부턴..직장을 옮기고서 부턴...정리해야겠다.
새로산 핸드폰 번호도..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며...집으로 오는 그의 전화는 받지도 않을것이다.
난...그의 장난감이 아니다.
심심할때...만나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미치도록 그리울때가 있겠지만...
난 이런 사랑은 싫다.
난 서로한테 맞추려고 노력하는 사랑을 원하지...
나만 그 사람한테 맞춰야 하는 사랑은 싫다....
난.....그를 사랑하지만..그만큼..너무너무 힘이 든다....
이젠...진짜 정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