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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나미레이
 그때 그리고.(여름밤 여름낮)   미정
조회: 2346 , 2002-12-11 06:42

2002년 4월.

내가 오빠라고 부르는 그사람을 주위에선 싸가지라고 불렀다.
하루에 한번씩 전화하겠다는 말한마디 던져놓고 싸가지가 여행을 가버리고 나서.
나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난 에버랜드에 들어갔다.
그 일주일동안 면접을보고 교육을 받고.
사람들과 섞이는걸 좋아하는 나는 같이 교육받은 동기들과 금방 친해졌다.
교육이 있던 마지막날.
우린 뭉쳤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 어떤 사람에게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남이 악쓰면서 노래해서 기껏 띄워놓은 분위기를 알수없는 팝송으로 잠재워 버리던 사람.
흰색남방에 실수로 얼굴을 부비적거려서 파우더가 묻어도 툭툭 털어버리고 말던 사람.
일주일 후에 우연찮게도 우린 같은 술자리에서 또다시 만났다.
둘다 술기운이 오른채 계단에 앉아서 담배를 입에물고 날짜를 샜던 걸로 기억한다.

" 오늘이 하루야. "

2002 5월.

음력생일을 지냈고, 생일이 하루 지났을때 오빠는 나에게 씨디와 장미꽃을 선물했다.
속옷을 사주고 싶다고 속옷가게 앞을 서성거리기를 한시간정도 했을까.
빨간색이 아니면 안된다고 우기는 바람에 결국.
.. 난 빨간색 장미를 한다발 받았다.
오빠가 좋아하던 코로나를 마셨고 마주보며 웃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는데 전화가 왔다.
싸가지 였다.
여행에서 돌아왔고 감기에 걸렸다면서.
핸드폰이 물에 빠져서 연락할수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내옆에 서있던 오빠가 나를 보며 누구냐는 표졍을 지어보였다.

2002년 6월.

그러지말라는 아는 동생의 말에 싸가지에게 솔직하게 말하자고 마음먹었다.
내 마음은 진실했고 그때도 변함이 없었지만.
난 먼곳보다 가까운곳을 택했고 후회는 없을것 같았다.
항상 싫어하는 말이지만 매번 할수 밖에 없는 단어들을 다시 끄집어 냈다.
좋은동생이고 싶다는 어설픈 이유를 들먹거리면서.
연락하지 않아도 이해할거라는 말을 했지만 의외로 연락은 계속왔다.
난 내옆의 오빠와 행복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사랑하는것에 익숙했던 나에게 받는다는 기쁨은 그것 자체로도 충분히 벅찼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단하나.
그건 죽어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이라고 믿었던 그순간 만큼은.
내 전부를 걸어도 좋을만큼의.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이란걸 제대로 했던것 같다.

2002년 7월.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에 난 신경질적으로 일어났다.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전화를 건 사람은 싸가지였다.
게으름뱅이라는 말도안되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버리고.
쏟아지는 졸음에 어쩔줄 몰라하던 나에게 무언가 계속 떠들어댔다.
항상 느끼는 거였지만 매번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것.
오빠랑 있을때 싸가지의 전화를 받는건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짜증난다는듯 뒤척거리면서 오빤 끊으라고 간단하게 ㈖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