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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주소록
조회: 910 , 2004-01-07 14:28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여름 땡볕을 머리에 위인체 호미 쥐고
온종일 밭을 메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밥 한 덩이로 부뚜막에 걸터앉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 걸리는 날이 있어도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밥 맛난 반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게 닳아 문드러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한 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보고 싶다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지르며 우는 엄마를 보고도.
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았을 때
비로소..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yobe1   04.01.08 아... 가슴 아프네요//

자꾸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네요.. 엄마아빠 가슴에 맺힌 피멍중 90%는 나 때문일텐데...ㅜㅠ